미국 검찰이 중국 국적의 박사과정 연구원을 기소했다. 우한 출신 한청쉔 연구원은 생물학 관련 물질을 미국에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디트로이트 메트로폴리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됐다.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한 연구원이 미시간대학교 소속 연구원들에게 발송한 생물학적 물질이 담긴 소포 4개가 적발됐으며, 그는 총 5~10개의 소포를 보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운송 중 분실됐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소포들은 필요한 수입 허가서나 서류 없이 선충(C. elegans) 관련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다.
FBI는 한청쉔이 중국 공산당원이자 중국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 온 인물이라며, 이번 사건이 생물학 연구 목적의 불법 밀반입 행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소장에 따르면, 해당 소포는 미시간대학교 생명과학연구소(Life Sciences Institute) 소속 두 명의 수령자에게 발송됐으며, 한 명은 실험실에서 활동 중인 연구원, 다른 한 명은 교수 였다. 한 연구원은 처음 공항 세관 검사에서 소포 내용물에 대해 플라스틱 컵과 책이라고 거짓 진술을 했지만, 이후 압박을 받자 선충 배양용 페트리 접시와 플라스미드(plasmid)가 담긴 봉투였다고 인정했다.
그는 중국 화중과기대학교(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생명과학기술대학 소속으로, 미국 내 미시간대학교 연구소에 1년간 교환연구원 자격으로 방문 중이었다. 연방 검찰은 그가 플라스미드를 대장균을 이용해 제작한 뒤, 선충에 주입하는 유전자 조작 실험을 주요 연구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 연구원은 동물들이 접촉, 화학물질, 빛 등 감각 자극을 어떻게 감지하고, 신경 회로가 이를 어떻게 처리해 행동으로 연결되는지를 연구하고 있으며, 해당 과정에서 유전자 및 약물의 영향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선충(C. elegans) 관련 논문 2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한청쉔의 비자는 지난 3월 18일 인터뷰 당시 영어 구사에 어려움을 보여 한 차례 거절당했으나, 9일 뒤 재신청을 통해 “학문적 배경과 연구 계획에 대해 신뢰감 있게 설명했다”는 영사의 판단 하에 발급됐다.
법원에 제출된 문건에 따르면, 한씨는 소포 내 물질을 숨기기 위해 책과 손편지를 함께 넣었다. 한 메모에는 “이건 재미있는 무늬가 있는 즐거운 편지인데, 기쁨을 느끼시길 바란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그 안에는 선충 연구와 관련된 용어들이 포함돼 있었다. 또 수신인이 ‘재미 삼아’ 플라스미드의 염기 서열을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한 연구원은 입국 전 전자기기 내 데이터를 삭제했으며, FBI 조사에서 “새 출발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롬 고곤 미시간 동부지검 연방 검사장은 “우한 소재 대학에서 유래된 밀반입 사건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패턴의 일부”라고 지적하며, “미국 납세자의 세금이 중국의 불법 반입 활동에 이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관국경보호국(CBP) 존 노왁 국장은 “생물학 물질의 연구용 수입은 명확하고 엄격한 절차를 따르며, 이와 같은 행위는 성실한 교환 연구자들의 노력을 저해한다”며, “위험할 수 있는 물품의 밀반입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일주일 사이 세 번째 중국 국적 연구원의 생물학 물질 밀반입 혐의 기소 사례로, 앞서 두 명은 작물에 피해를 주는 곰팡이류를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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