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은퇴하면 뒷방 신세가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는 시대에 뒤처진 생각이다. 20세기에는 인생을 일흔 살 전후로 설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당시에는 약 삼십 년 동안 성장하며 교육을 받고, 남성의 경우 국방의무를 마친 후, 다시 삼십 년가량 경제활동을 이어가다가 예순쯤에 은퇴했다. 이후 남성은 약 십 년, 여성은 이십 년 정도 은퇴 생활을 하며 생을 마무리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다.
그 시절에는 과로와 과음으로 인한 지병으로 은퇴 후 투병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노화되고 삶이 끝나는 흐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 사회에서는 은퇴 이후의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평균적으로 삼십 년, 길게는 사십~오십 년에 이르는 은퇴 기간이 존재한다.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제2막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은퇴를 단순한 ‘마무리’로 보지 않는다. 뒷방으로 들어가는 개념이 아니라, 단층 인생에서 복층 인생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으로 본다. 은퇴는 삶의 속도를 늦추는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기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은퇴 설계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건강, 자금, 그리고 할 일이다. 건강은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은퇴 자금은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필요하게 되었다. 단순한 저축만으로는 부족한 현실이다.
과거에는 은퇴 후 아껴 쓰고, 남은 자산은 배우자와 자녀에게 상속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이러한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신탁(Trust) 설립, 보험 상품 활용, 소비 계획 등을 제안하며 체계적인 은퇴 전략을 강조한다.
특히 장기 간호보험(LTC, Long Term Care)은 많은 이민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만 쉽게 소유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보험 상품이다. 요양원에 입원하거나 가사 도우미를 이용하는 경우, 연간 약 십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평균적으로 삼 년에서 오 년의 간병 기간을 가정하면, 한 사람당 최소 삼십만 달러에서 오십만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배우자라도 메디케이드 신청 전에 장기 간호 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누가 먼저 요양원에 입소하게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부부 모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은퇴는 가능한 한 늦게 하되, 본격적인 은퇴 전에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메디케이드 신청을 고려할 것인가, 상속 계획을 세울 것인가, 아니면 장기 간호보험에 투자할 것인가. 이 셋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을 선택하고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안정적인 은퇴 생활의 출발점이 된다.

박상화 종합보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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