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중동 지역에 두 번째 항공모함을 추가로 배치하고, 유럽에는 공군 전력을 증강하면서 이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본격적인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USS 니미츠(Nimitz)가 지난 9일 남중국해에서 중동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이로써 중동 지역에는 USS 칼 빈슨(Carl Vinson)과 함께 미국 항모 두 척이 동시에 작전 배치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또한 미 공군의 급유기 수십 대도 지난 주말 미국 본토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이동했다. 국방부는 “중동 지역에서의 작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당 작전은 극비리에 진행됐으며, 군 관계자들은 익명을 전제로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미사일 및 공습 충돌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중동에 대한 군 배치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자국의 민간 기반시설을 겨냥한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미제 방공망으로 요격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니미츠호가 이번 주 후반 중동 해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 아라비아해에 배치 중인 칼 빈슨 항모전단과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칼 빈슨호는 지난 봄부터 USS 해리 S. 트루먼 전단과 함께 예멘 내 후티 반군을 공습하고, 홍해의 상선 보호 작전에 투입돼 왔다.
이번 배치로 인해 미 해군은 태평양 지역에서 항모 한 척을 빼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미 행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중국 견제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과는 배치돼 전략적인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지난주 지중해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 두 척에 이스라엘 인근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현지에 있는 미군 및 시설 보호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철수한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 체계 두 기지를 포함해 여러 방공포대를 중동으로 전진 배치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이란 및 그 계열 무장단체가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1기와 미 육군 병력 약 100명을 이스라엘에 파병한 바 있다.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의 군사적 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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