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 사라지고 에이전트가 떠오르는 시대, 이경전 교수가 말하는 AI의 내일

239
이경전교수(우) 와 본지 특파원(좌)이 한남대학교 56주년 강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인간의 확장 그리고 산업 생태계의 리셋”

지난 6월 10일, 초여름 햇살은 유난히 따가웠고, 한남대학교 56주년 기념관 강의실 안은 미래 기술에 대한 열기로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이경전 교수가 초청되어 진행한 AI기반 디지털혁신전략최고위과정(DIP)강의는 단순한 ‘강연’을 넘어,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시대를 미리 엿보는 지적 경험이었다.

강연 후, 본지는 이 교수와 자리를 마련해 ‘AI 에이전트’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향후 산업과 사회가 맞이하게 될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AI는 인간의 확장이다

이경전 교수가 AI 에이전트를 처음 정의할 때 꺼낸 말은 다소 철학적이었다.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확장(extension of humans)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해 온 기술이 늘 그래왔죠. 자동차는 다리의 확장이고, 컴퓨터는 뇌의 확장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판단과 행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행’하고 ‘확장’하는 존재다. 이전의 AI가 단순히 정보를 주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AI는 사용자 의도를 이해하고 실제로 ‘행동’까지 한다.

“쇼핑부터 일정 관리, 비즈니스 협상까지, 사용자는 그저 목표만 제시하면 됩니다. 에이전트가 나머지를 해결하죠.”

그는 AI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역량을 극대화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업무 효율을 넘어서, 본질적인 가치 창출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 경제가 플랫폼을 넘어선다

이 교수는 이어 기존 플랫폼 기반 경제와 AI 에이전트 경제의 차이를 예리하게 짚었다.

“기존 플랫폼은 사용자가 검색하고 비교하고 결정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에이전트가 그 모든 과정을 대신합니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가 플랫폼에 직접 접속하지 않아도 AI가 사용자 대신 최적의 정보를 수집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앱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있어요. 앱리스(App-less)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중심에서 밀려나고,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주체가 되는 겁니다.”

그는 특히 카카오, 네이버, 아마존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AI 에이전트와의 협력 또는 독립적인 에이전트 개발 사이에서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현실로 들어온 AI, 실생활을 설계하다

기술이 개념을 넘어 ‘생활의 일부’가 되는 순간, 세상은 뒤집힌다. 이 교수는 그 전환의 정점으로 ‘OpenAI Operator’와 ‘Amazon Nova Act’를 지목했다.

“Operator는 사용자의 음성 명령만으로 택시 예약, 공연 예매, 선물 구매까지 다 합니다. Nova Act는 아예 타사 사이트에 접속해서 자동으로 결제까지 마무리하죠.”

그는 이 AI 에이전트들이 실제로 상품 비교, 할인 탐색, 결제, 배송 조회 등을 수행하며 소비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행동’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유통 구조가 무너질 수 있어요.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서 플랫폼이 아닌 AI가 핵심 중개자가 되는 구조로 바뀌는 거죠.”

이미 몇몇 기업은 이런 AI를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앱리스 시대, 기업은 전략을 재구성해야

앱을 넘어서라. 이 교수는 기업이 소비자와 연결되는 방식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소비자가 앱을 켜지 않아도 AI가 대신 앱을 작동하고 결정합니다. 택시를 부르든, 여행을 예약하든, 쇼핑을 하든 AI가 알아서 처리하죠.”

그는 특히 기업이 자체 앱이나 플랫폼을 중심에 두기보다, AI 에이전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인터페이스와 API 설계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앱을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에이전트가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게 진짜 디지털 경쟁력입니다.”

이 교수의 발언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연결 방식’임을 시사한다. 즉, 사용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핵심이다.

플랫폼 기업, 협력인가 독립인가? 생존의 갈림길

기존 플랫폼 기업들에게 AI 에이전트는 기회이자 위기다. 이 교수는 이중적 현실을 이렇게 정리했다.

“AI 에이전트는 플랫폼을 해체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앱에 접속할 필요가 없거든요. 플랫폼은 중간자가 아닌 도구로 전락할 수 있죠.”

그는 카카오와 야놀자가 OpenAI Operator와 제휴를 맺은 사례를 언급하며, 일부 기업들이 에이전트를 ‘자신의 앱 안에 들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건 본질적으로 핵심 자산을 AI에게 넘기는 겁니다. 반면 네이버나 아마존은 자체 에이전트를 개발해 정면 돌파 중입니다. 전략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죠.”

협력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할 것인가. 그는 이 선택이 기업의 미래뿐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기술이 바꾸는 것은 기계만이 아니다. 이경전 교수는 노동의 본질부터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이 단순한 일자리 대체 논의를 넘어, ‘일’ 자체의 개념을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AI는 월요일에도, 주말에도, 심지어 당신이 자고 있는 밤에도 쉬지 않고 일합니다. 우리는 그런 AI와 함께 일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어요.”

그는 이제 사람들이 퇴근 전에 자신의 AI 에이전트에게 “내일까지 이 일 끝내놔”라고 설정하는 문화가 곧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 업무는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창의성과 전략, 감정을 다루는 일에 집중하는 새로운 노동 분업이 시작된 것이다.

교육은 더 이상 정답을 가르쳐선 안 된다

이 교수는 특히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재설계를 강조했다.

“지금은 여전히 정답을 맞히는 교육입니다. 하지만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 그리고 함께 일할 줄 아는 태도죠.”

그가 강조한 키워드는 세 가지였다: 창의성, 협업, 그리고 AI 활용 능력.

AI와의 공존은 결국 인간 고유의 감성과 사고 능력을 전제로 할 때 의미가 있으며, 이러한 역량은 조기에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내 AI 비서와 일정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를 배우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작업이 시작돼야 합니다.”

인터뷰 후반,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AI가 어디까지 현실화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우리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실제 행동하는 AI, 즉 사용자의 목적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실행까지 하는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가 소개한 대표적 실험 프로젝트는 ‘Jarvis’. 택시 호출, 중고거래, 상품 매칭, 설문조사 등 일상의 수많은 활동을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매칭 에이전트, 세일즈 에이전트, 바이어 에이전트처럼 역할별로 세분화된 구조를 설계하고 있어요. AI가 시장 데이터와 조건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연구는 더 이상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있었다.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시대

기술은 더 이상 실리콘밸리 개발자나 대기업 연구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경전 교수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갖고, 이를 설계하고 훈련하며, 함께 성장시켜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단언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능을 증강시키는 장치’예요. 인간의 판단력, 실행력, 창의력을 폭발적으로 키워주는 존재입니다. 결국 누가 AI를 잘 활용하느냐가 미래의 소득, 사회적 위상, 나아가 생존을 결정짓게 될 겁니다.”

그의 말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라는 주문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서 AI 에이전트를 ‘내 몸처럼’ 익혀야 한다는 경고에 가깝다.

“우리는 이제 ‘AI 사용자’가 아닙니다. ‘AI 관리자’로 진화해야 합니다. 버튼 하나 눌러 사용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당신의 삶, 업무, 목표에 맞춰 에이전트를 커스터마이징하고, 디지털 파트너처럼 다루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특히 ‘AI를 잘 쓰는 사람일수록 잘 산다’는 말을 단순한 경구가 아닌, 이미 시장에서 입증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잘 사는 사람일수록 AI를 더 능숙하게 씁니다. 단순하게 정보 검색만 하는 게 아니라, 일정 관리, 업무 위임, 데이터 분석, 협상까지도 AI를 활용하죠. AI와 함께 일하는 습관이 결국 그 사람의 성과, 연봉, 사회적 성취를 좌우하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로 개인의 각성을 촉구했다.

“문제는 더 이상 AI를 쓸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이 아닙니다. 이제는 ‘어떻게 잘 쓸 것이냐’가 인생의 갈림길이 되는 시대입니다. AI를 몰라서 불리해지는 세상이 아니라, 제대로 다루지 못해 도태되는 세상이 열리고 있어요. 누가 먼저, 누가 더 깊이 AI와 연결되느냐? 이것이 개인의 미래를 바꿉니다.”

이경전 교수의 이 말은 단호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AI는 이제 당신의 또 다른 두뇌이자, 당신의 삶을 움직이는 디지털 동료다. 그 AI가 당신을 얼마나 이해하느냐는, 당신이 얼마나 그 AI를 잘 키웠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가 주목한 실천적 AI, 행동하는 기술의 증명

2024년 AAAI로부터 ‘혁신적 AI 응용상’을 수상한 배경에 대해 묻자, 이 교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AI가 현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주목했습니다. 단순히 정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사람처럼 상황을 해석하고 실제 행동에 나서는 AI, 그것이 저희의 주제였습니다.”

그의 연구소는 ‘매칭’, ‘세일즈’, ‘구매’ 등 실질적 시장 참여가 가능한 AI 에이전트를 설계했고, 이는 인간 중심 경제 시스템에 AI가 주체로 들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수상은 기술이 아닌 실천력, 즉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경전 교수와의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마치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하듯 이렇게 말했다.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환경입니다. 이미 우리는 그 안에 살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AI 에이전트를 누가 먼저,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까지 달라질 것이라 경고했다.

기업과 정부, 개인 모두가 자신의 AI를 개발하고, 이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을 먼저 만든 나라가 전쟁을 주도했듯, AI 에이전트를 먼저 실전에 배치하는 사회가 미래를 지배할 겁니다.”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의 AI는 당신을 얼마나 닮아 있는가?

AI가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이제 기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공존이냐 종속이냐, 선택은 지금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이경전교수가 한남대학교 DIP강의 후에 AI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