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승연, 치유자이자 웰니스 리더로 다시 서다
AI 시대의 진짜 중심은 사람의 마음이다
AI 기술이 세상의 판도를 바꾸는 시대, 한 배우는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는 언어로 리더십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배우이자 MAGO12대표인 이승연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6월 17일 늦은 저녁, 한남대학교에서 열린 ‘AI기반 디지털혁신전략 최고위과정(DIP)’ 강연장에서 그녀는 ‘CEO를 위한 멘탈 웰니스’를 주제로 무대에 섰다. 강단에 선 그녀는 더 이상 화려한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니었다. 대신 삶의 상처를 가졌던 사람으로서, 이제는 ‘마음을 경영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진정한 리더로 자리했다. 처음에 강의 요청을 몇 차례 고사했다. CEO들 앞에 나서는 것이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마다할 수 없었다며 결국 강연을 수락했다.
강연장은 고요하면서도 강렬했다. 기술과 데이터, 알고리즘이 리더십을 좌우하는 듯 보이는 시대에 이승연은 뜻밖의 화두를 던졌다. “AI 시대에도 중심은 결국 사람의 마음입니다.” 청중을 향한 그녀의 이 한 문장은 디지털 문명의 가장 바깥을 걷고 있던 이들에게 오히려 가장 안쪽에 있는 ‘자기 자신’으로의 회귀를 제안했다.
그녀는 마음경영의 핵심을 단순한 명상이나 힐링이 아닌, 자기감정에 대한 인식과 주도권의 회복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CEO나 조직의 리더들은 자기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며, “자신의 감정에 무지한 리더는 결국 조직 전체를 피로하게 만든다”고 단언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컬러 심리학을 접목한 리더십 전략부터 감정 회복 훈련, 섭식과 수면의 균형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까지 다양한 주제를 녹여냈다.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이승연 자신이 과거 겪었던 우울의 터널을 고백하며 전한 회복의 서사였다. “우울이라는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며 깨달은 건, 결국 사람을 살리는 건 감동과 따스한 눈길이라는 사실이었어요.” 그 말은 단순한 공감의 기술을 넘어 인간 본연의 회복력을 되새기게 했다.
진심을 꺼내 가족을 마주하다
최근 이승연은 TV조선 가족 힐링 예능 프로인 <아빠하고 나하고>에 출연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진행자이자 동시에 관찰자, 그리고 공감자로서 복잡한 가족 감정의 풍경을 섬세하게 이끌어간다. 프로그램은 아버지와 자녀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삼지만, 그 안에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와 화해가 담겨 있다.
이승연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나의 상처를 마주하고, 다른 이의 아픔을 보듬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개인적인 경험을 공론화하는 것이 두려웠다고 고백했지만,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저 자신도 치유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가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단순한 연기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엄마이자 딸, 그리고 가족의 복잡한 감정을 경험한 사람으로서의 깊은 공감이다. 이승연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의 정서적 중요성을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다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유되지 않은 감정 상태로 일터에 나가고 조직으로 향하면 결국 그 감정은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게 됩니다. 가정의 회복이 곧 사회 전체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이유죠.”
이승연은 배우로서도 성공을 거뒀지만, 지금 그녀가 걸어가는 길은 과거보다 더 빛나고 그러나 더 강하다. 마음을 중심에 두는 그녀의 메시지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그건 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묻는 본질의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는 지금 AI보다 더 절실한 시대의 해답이 되고 있다.
상처 위에 공감으로 길을 놓다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는 존재 같아요.”
<아빠하고 나하고> 프로그램에서 배우 이승연이 보여주는 태도는 단순한 진행자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는 마이크를 든 사회자가 아니라 깊은 상처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껴안는다.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은 감춰왔던 아버지와의 갈등, 말로 표현되지 못한 오해와 아픔을 처음으로 꺼낸다. 그리고 그 곁에 이승연이 있다.
카메라 앞에서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긴 침묵에 눈망울이 촉촉해지는 시선을 건네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제가 진행자라는 걸 잊게 돼요. 오히려 저 자신도 딸로서, 엄마로서 그 장면에 함께 서 있는 거죠.” 실제로 그녀는 가족 간의 감정이 얼마나 얇은 실처럼 얽혀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오랜 시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온 사람이기에 그는 출연자들의 감정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그 감정은 프로그램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특히 프로그램의 중심 타깃인 중년 여성들, 즉 기혼 여성과 어머니들이 이승연의 공감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들은 흔히 가족 안에서 ‘감정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은 눌러야 했던 세대다. 그런 그들에게 이승연은 ‘자기 감정을 말해도 괜찮다’는 허락이자 위로로 다가간다.
“딸이면서 아내이고, 동시에 엄마인 그 복잡한 정체성은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무언의 책임이에요.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여성은 자신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끼죠. 저는 그걸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그러나 절실하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아빠하고 나하고>는 그래서 단순한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의 구조를 해체하고, 감정을 회복하는 공공의 장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승연은, 배우를 넘어 마음을 번역해 내는 진심의 언어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치유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음 세대
그녀는 말한다. 유독 마음이 가는 건 어린 시절부터 상처를 안고 자라는 아이들이라고. “3세에서 8세 사이의 아이들, 그 또래는 말도 감정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잖아요. 특히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모의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죠. 말없이 참는 시간이 길수록 마음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그런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다. 그곳은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정을 알아주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울타리 같은 곳이어야 한다고 했다. “지식보다 더 중요한 건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경험이에요. 그걸 어릴 때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늘 외롭고 단절된 감정을 안고 살아가게 되거든요.” 그녀는 지금도 종종 그런 아이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걸어가는 이 치유의 길이 결국 그들을 향한 여정이기도 하다는 걸 되새긴다고 했다.
기술의 시대, 감정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AI가 감정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감정을 도와줄 수는 있어요.”
이승연은 AI를 맹목적으로 경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기술이 인간 정서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특히 가족관계처럼 섬세한 감정이 얽힌 영역에서, AI는 ‘중재자’나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감정 분석 기술을 활용해 부모와 자녀 간의 정서 상태를 시각화하거나, 감정 일기를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챗봇 기능 등은 이승연이 실제 관심이 가고, 연구해 보고 싶은 주제라 했다. “엄마가 아이의 말투나 표정을 놓쳤을 때, AI가 그 감정을 감지해 알려줄 수 있어요. 그 작은 알림 하나가, 큰 오해를 막을 수 있는 거죠.”
그녀는 특히 정서적 언어가 서툰 아이들에게 AI가 유용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아이들은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무척 어려워하거든요. AI가 그림이나 표정으로 아이의 기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아이는 ‘나도 이해받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돼요.”
그녀의 시선 속 AI는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따뜻한 감정을 복원할 수 있는 도구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승연이 말하는 ‘AI 시대의 마음경영’이다.
배우에서 치유자로, 마음의 전환이 시작된 순간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화려했던 배우 이승연’으로 기억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 화려함 뒤에서 조용히 무너졌던 시간을 먼저 떠올린다. “어느 순간,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사람들 앞에서는 웃고 있었지만, 제 안은 공허하고 텅 빈 느낌이었죠.”
그녀가 담담히 고개를 숙이며 털어놓은 그 말속에서, 우리는 스크린 속 배우가 아닌 한 사람의 고통과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이승연의 변화는 가족에서 시작됐다.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고, 또 딸로서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해나가며 비로소 깨달은 진실은 “내가 치유되지 않으면, 내 아이도, 내 가족도 진정으로 치유될 수 없다.”는 거였다. 그 깨달음은 그녀를 연기자에서 치유자로 이끌었고, 지금의 삶으로 이어졌다.
그 말은 단순한 감상이나 회고가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그녀의 삶을 바꾼 자각이었고, 이후 그녀가 웰니스 콘텐츠 기업 MAGO12를 만들고 마음 경영 강연자로 나서게 된 동력이었다.
“저는 배우로서보다 이제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가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었다면, 지금 제 삶은 그 감정을 회복하는 예술이에요.”
그녀는 지금도 매일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고, 작은 일에도 고마움을 느끼려 노력한다. 그것이 이승연이 말하는 진짜 ‘웰니스’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늘 ‘사람’이 있다. 스포트라이트에서 시작해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온 여정, 그것이 바로 지금 이승연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리더에게 필요한 마지막 한 마디, ‘자신을 돌보는 용기’
이승연은 DIP 강의에서 “리더는 조직을 움직이는 엔진이 아니라, 감정을 이끄는 등불”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성찰 끝에 도달한 철학이었다.
가정에서의 리더, 일터에서의 리더 즉 모든 리더는 결국 자신 안의 ‘마음’과 먼저 대면해야 한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감정을 감추는 것이 강함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 필요한 건, 감정을 인정하고 품을 수 있는 내면의 강인함이다.
그래서 이승연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남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데만 힘을 쓰지 마세요. 오히려 중요한 건 회복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진짜 리더는 강한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감정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말한다. 감정을 외면한 채 성공을 좇다 보면 결국 어느 지점에서는 삶이 균형을 잃게 된다고.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성과 중심이 아니라 감정 중심의 리더십이며, 그 출발점은 자신을 돌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이승연은 감정과 치유, 연결과 회복이라는 오랜 언어들을 다시 꺼내 사람들 앞에 놓고 있다. 잊혀져 가던 마음의 언어를 복원하고, 삶과 조직,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그 언어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메시지는 조용하지만 강하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지금, 더 많은 이들의 마음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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