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단순히 승객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수송하던 공항이 이제는 문화적 목적지로 변모해, 미술관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2025년 스카이트랙스 세계 최고의 공항 예술’ 순위는 이러한 공항들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평범했던 환승 대기 시간이 예술 감상의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1위: 휴스턴의 두 공항 IAH, HOU
휴스턴의 조지 부시 국제공항(IAH)과 윌리엄 P. 하비 공항(HOU)을 포함한 휴스턴 공항 시스템은 올해 예술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주 탐사 유산과 다양한 이민자 문화를 예술로 표현해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IAH 터미널 C에 설치된 안젤름 키퍼의 ‘Spindle’은 납과 철, 콘크리트를 활용한 30피트 높이의 조형물로, 성장과 변화를 상징한다. 공항 전역에는 휴스턴의 다문화 정체성과 우주 산업의 역사를 담은 대형 벽화들이 설치돼 있다.
하비 공항(HOU)에서는 지역 음악 문화를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설치작 ‘Sound Waves’가 주목받고 있다. 블루스, 힙합, 컨트리 등 휴스턴이 낳은 음악 유산을 시청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2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SIN)
‘리조트형 공항’의 대표주자 창이 공항은 자연, 기술, 예술을 융합해 여전히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터미널 1의 ‘Kinetic Rain’은 1,216개의 청동 물방울이 정교한 동작으로 움직이며 15분 동안 완성되는 예술작품이다. 터미널 4에는 구름처럼 떠 있는 ‘Petalclouds’가 설치돼, 햇빛과 조명의 변화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번 모습이 달라진다.
3위: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DOH)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공항은 현대 미술과 이슬람 예술 전통을 동시에 아우르며 3위를 기록했다. 스위스 작가 우르스 피셔의 ‘램프 베어’는 공항 중앙에 자리잡은 23피트짜리 노란색 곰 조형물로, 도하 공공예술의 상징이 되었다. 그 외에도 이슬람 기하학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천장 구조와, 카타르의 국조인 매(falcon)를 형상화한 조각 시리즈가 인상 깊다.
4위: 뭄바이 차트라파티 시바지 마하라지 국제공항(BOM)
인도의 전통과 현대 예술을 접목한 뭄바이 공항은 다채로운 문화 유산을 예술로 표현해내며 4위에 올랐다. 수천 개의 반짝이는 요소로 구성된 공작 장식물은 LED 조명을 활용해 하루 종일 색이 변하며, 인도의 국조인 공작을 상징한다. 뭄바이의 거리 풍경, 볼리우드, 식민지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건축사 등이 벽화로 표현됐다.
5위: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AMS)
네덜란드 전통 예술과 현대 기술이 결합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디지털 ‘파노라마’ 설치물로 특히 주목을 받는다. 네덜란드의 사계절 풍경을 고전 풍경화 스타일로 보여주는 이 설치물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실시간 변화하는 자연을 표현하며 여행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공항이 단지 이동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은, 예술을 통한 국가 홍보이자 일상 속 예술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세계 최고의 공항 예술 순위는 예술이야말로 여정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오늘날 공항은 더 이상 지루한 대기 장소가 아닌, 전 세계 문화를 만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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