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이 지난 5월 기준으로 24개월 연속 하락하며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산업은 한때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수년 간 이어진 경기 부진과 미·중 간 무역 갈등의 여파로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지난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 중국 주요 70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달 대비 평균 0.2% 하락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의 주택 가격은 0.2%, 2·3선 도시들은 각각 0.2% 및 0.3%씩 떨어졌다.
2023년 5월 이후,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신규 주택 가격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 달 분석 대상 70개 도시 중 53곳이 가격 하락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달의 45곳보다 증가한 수치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5월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부 인하하고,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조건 완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시작된 민간 건설사들의 채무불이행과 분양 주택 미완공 사태는 여전히 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ING 이코노믹스의 린 송 대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 안정은 중국 가계 자산의 60~7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특성상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소비자 신뢰 회복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ING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1차 부동산 시장의 주택 가격은 2021년 중반 이후 누적 10.2% 하락했으며, 기존 주택 시장의 가격은 무려 17.8% 급락했다.
같은 날 발표된 산업생산 지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5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8%로,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9%를 하회했으며, 이는 2024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5월 소매판매는 노동절 연휴와 중국의 대형 온라인 쇼핑 행사인 ‘618 페스티벌’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6.4% 증가해 시장 기대치(5%)를 상회했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정부의 소비 진작 보조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봤다”며 “하지만 2분기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도전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간 관세 갈등 역시 경기 하방 압력의 주요 요인이다. 6월 초 중국 세관 당국이 발표한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5월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4.5% 감소해 5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9~10일 런던에서 열린 미·중 무역 협상 이후 양국은 상호 부과 중인 일부 세 자릿수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정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트럼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55%의 고율 관세를 유지 중이다.
SDIC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오산원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GDP 성장률이 최대 10%포인트까지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중국 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약 5% 수준의 성장률 달성이 녹록치 않으며, 당분간 추가적인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영재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