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기준금리 0% 시대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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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NBC>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2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금리를 0%로 조정했다. 이로써 스위스는 다시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하게 됐으며,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재도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의 예상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결정이었다. 금리 결정 직전 선물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81%, 더 큰 폭인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19%로 반영하고 있었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이전 분기 대비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으며, 이번 통화정책 완화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안정이 유지되도록 앞으로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시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수 국가들이 여전히 고물가와의 싸움을 이어가는 반면, 스위스는 반대로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했다.

SNB의 마틴 슐레겔 총재는 CNBC에 “단기적인 물가 하락은 금리 인하의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다”라며 “중장기적인 물가 흐름이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 번의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NB는 이날 2025년 인플레이션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물가 상승률은 평균 0.2%, 2026년은 0.5%로 예상된다.

스위스의 디플레이션은 구조적인 통화 강세와도 관련이 깊다. ING의 샬롯 드 몽펠리에 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 프랑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며 글로벌 시장 불안 시 자동으로 강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수입 물가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으며, CPI의 상당 부분이 수입품에 기반한 스위스 경제에서는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도 글로벌 불확실성 고조로 스위스 프랑은 지속적인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NB는 “다른 나라보다 금리를 체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통화 강세를 억제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날 금리 인하 직후 스위스 프랑은 미국 달러 대비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NB가 연내 -0.25%까지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자본경제연구소(Capital Economics)의 애드리안 프레트존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압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최저 -0.75%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스위스가 2010년대 실제 적용했던 최저 금리와 동일하다.

하지만 슐레겔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는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리가 ‘0’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단순한 추가 인하 이상의 부담을 수반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는 저축자에게 손해를 안기고, 은행의 수익성 악화 및 금융시장 왜곡 등의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다음 금리 결정은 9월 예정되어 있으며, 시장은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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