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간의 갈등이 다시 불붙으면서 테슬라 주가가 지난 1일 5%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를 포함해 머스크의 전방위 사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일론 머스크는 역사상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인물일 것”이라며 “보조금이 없다면 아마 그는 회사를 접고 고향 남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로켓 발사도, 위성도, 전기차 생산도 모두 끝날 것이고, 우리나라는 엄청난 돈을 절약하게 될 것”이라며 “DOGE(정부효율성부)가 이 문제를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머스크가 상원에서 통과된 ‘빅 뷰티풀 법안’을 강하게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법안은 전기차 세액 공제 조기 종료 조항을 담고 있어 테슬라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하며, 테슬라 연간 순이익에서 약 12억 달러가 날아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지출 자료에 따르면 스페이스엑스는 지금까지 미 연방정부로부터 210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는 자신의 SNS 플랫폼인 엑스를 통해 “이번 법안은 완전히 광기며, 과거 산업에는 특혜를, 미래 산업에는 막대한 피해를 주는 법안”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새로운 정당 창당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법안 관련 논의가 이어지던 30일에서 1일사이, 테슬라 주가는 1.9% 하락했으며, 이날 추가 하락세로 이어졌다. 머스크는 1일 밤 AI로 생성한 피노키오 이미지에 ‘거짓말쟁이’라는 글자를 넣어 게시하며 “재정 지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해놓고 역대 최대 규모의 부채 상한 인상을 지지한 정치인들은 내년 예비선거에서 이 포스터에 얼굴이 실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몇 시간 뒤 머스크에 대한 보조금 중단을 경고하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그는 “머스크는 대통령 선거에서 나를 강력히 지지해주기 훨씬 전부터 내가 전기차 의무화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은 지난 6월 초에도 격화돼 테슬라의 시가총액 1500억 달러가 하루 만에 증발한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은 소셜미디어에서 서로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으며, 머스크의 개인 브랜드 프리미엄을 기반으로 형성된 테슬라 주가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투자기관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자 노트를 통해 “머스크와 트럼프 간의 신경전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테슬라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정치보다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트럼프의 미움을 사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머스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테슬라 주가 하락에는 유럽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6월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테슬라는 3일 글로벌 분기 차량 인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테슬라의 분기 인도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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