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주지사 선거광고 보고 상대후보 살해 협박했다가 체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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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도전한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와 경쟁자 대런 베일리 주상원의원<연합>
스콧 레녹스

미국의 정치 양극화 현상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중간선거를 엿새 앞두고 민주당 지지 20대 유권자가 공화당 소속 주지사 후보에게 살해 협박을 가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 검찰은 3일 시카고 노스사이드 주민 스콧 레녹스(21·사진)를 일리노이 주지사 후보 대런 베일리(56·공화·주상원의원) 살해 협박 혐의로 체포해 공직자 협박·괴롭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일리노이 주도 스프링필드 경찰은 레녹스가 지난달 28일 밤 10시30분께 베일리 주상원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베일리 의원과 가족·자녀·그의 일가가 운영하는 학교 등을 상대로 폭력적인 위협 메시지를 남긴 사실을 자백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레녹스가 TV를 통해 J.B.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57·민주)의 재선 캠페인 광고를 보고 화가 나 베일리 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녹스는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정치 테러리스트’를 자처하며 허세를 떨었다”고 부연했다.
시카고 ABC방송에 따르면 전화 녹음 메시지는 월요일인 지난 31일 오전, 의원실 보좌관이 확인했다. 이후 베일리 의원은 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했고, 일리노이 남부 루이빌에 소재한 그의 학교도 잠정 폐쇄했다.
일리노이 주경찰은 전화번호 추적을 통해 레녹스를 찾아내고 31일 밤 시카고 북부 레이크뷰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그를 체포했다.
베일리 의원은 프리츠커 주지사의 흑색선전이 레녹스를 자극했다며 “프리츠커의 분열적이고 선동적인 발언들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주지사 후보 TV 토론에서 베일리 의원을 ‘극단주의자’로 몰아세우며 “위험한 인물, 주지사실 근처에도 있어서는 안될 인물”이라 주장했다고 시카고 선타임스는 전했다.
베일리 의원도 이에 맞서 프리츠커 주지사의 극좌 이데올로기와 극단적 정책, 무능함, 오만한 리더십이 일리노이주를 파괴하고 주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후 프리츠커 주지사는 “미 전역에 만연해있는 폭력적 수사와 분열주의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 혐오는 일리노이주에 설 자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일리 의원은 “각기 의견이 다르더라도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안전과 번영을 위해 함께 싸워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쿡 카운티 법원 수전 오티즈 판사는 레녹스의 행위가 용납될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며 보석금 7만5천 달러를 책정했다. 레녹스는 보석으로 석방되더라도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사법 당국의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베일리 의원은 3일 대외활동을 공식 재개하고 자택 소재지인 일리노이 남부 클레이 카운티에서 사전 투표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카고 선타임스는 미 의회경찰 데이터를 인용,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상대로 한 폭언 및 위협 사례가 2017년 3천939건에서 2021년 9천625건으로 4년새 2.5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를 공격하는 사건이 최근 수년새 급격히 늘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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