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픔을 통해 얻은 희망, 모두와 나눌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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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장애 딛고 훨훨 나는 꿈꾸는 이정인 양 스토리

이정인 양

2017 대통령 장학생, 앤지의 희망(Angie’s Hope) 공동설립자, 명문대 5곳 최종 합격자, 프루덴셜 스피릿 커뮤니티 ‘젊은 봉사자 상’ 수상자 등 이정인(미국명 앤지/오로라 소재 메티어밸리고 재학)양은 미 언론에 수차례 보도될 만큼 이미 유명하다. 올 가을에는 스탠포드대학에 진학한다. 열 여덟 살 정인 양은 화려한 수상경력과 타이틀은 모두 자신이 앓고 있는 ‘척수성근위축증’(SMA)을 알리고 환자들을 돕기 위한 작은 발판이라고 말한다.

“휠체어에 묶인 몸, 훨훨 나는 꿈”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희귀난치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는 그녀는 어릴 때부터 부모를 바쁘게 했다. 장애가 없는 아이들보다 더욱 활발한 교외활동 때문이었다. 어머니 김귀염씨는 “정인이 스스로가 장애 때문에 힘들어했다면 부모로서 속상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장애인보다 더 적극적인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을 해주어서 특별히 힘든 부분 없이 그저 바쁘게 살아왔다. 늘 부모로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인 양의 이력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2007년부터 ‘앤지의 희망’(Angie’s Hope)이라는 비영리단체의 공동설립자로서 활동해왔다는 점이다. 이 양은 SMA를 알리고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 지난 10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그동안 거라지 세일, 빅 볼 축구토너먼트 등 다양한 규모의 모금 이벤트를 열어 무려 25만달러를 모았다. 그는 “수익금 및 기부금은 모두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를 돕는 비영리단체인 ‘Cure SMA’ 등에 기부되며 SMA 리서치를 약 1년 동안 할 수 있는 금액이다. 작은 동전통에 200달러를 모으자고 시작한 단체가 25만달러를 끌어모으는 기적을 일으킨 것처럼, 작은 도움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제 롤 모델은 부모님이죠.”(왼쪽부터 아버지 이인재씨, 이정인 양, 어머니 김귀염씨)<사진=이정인 양>

“뿌리는 한국인, 열 여덟 살 소녀”

이정인 양은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 이인재씨, 전업주부이면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김귀염씨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다. 정인 양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생후 8개월이 됐을 때 미국에 이민을 왔다. 그는 “처음에는 아버지가 비지니스 스쿨을 다니기 위해 미국에 와서 공부하게 돼 가족이 이민을 왔고 시카고에 직장을 잡게 돼 계속 살게 됐다. 부모님 두 분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에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며 명절에는 세배도 한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단연 한국 음식이다. 부모님은 자주 한국에 가시지만 나는 한번 가려면 그야말로 ‘대이동’이 된다. 하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정인 양은 롤 모델로 부모님을 꼽았다. 이 양은 “부모님은 내가 가장 본받고 싶은 롤 모델이자 내가 계속해서 꿈을 좇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신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고 늘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줬다. 도움이 많이 됐다. 또한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전적으로 지원해주고 격려해줬다. 그 외에도 친구들도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상적인 보상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신념이 내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려서부터 정인이는 스스로 잘하는 아이였어요.”<사진=이정인 양>

“태어난지 15개월 째, SMA 진단 받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자녀를 둔 심정은 어땠을까. 이인재씨는 “15개월때 까지는 전혀 몰랐다. 걸어야 할 나이에 걷지 못해서 병원에 갔다. 여러가지 검사를 한 후에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맞닥뜨린 고난을 어떻게 극복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극복’이라고 하면 거창하다”며 “‘앤지의 희망’을 통해 병을 알리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인들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작은 도움이 우리에게 큰 도움과 힘이 됐다. 어려움이 없진 않았지만 활발한 학교 생활을 해내는 딸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그런 딸의 활동들을 지원하고 격려해주는 바쁜 부모로 기쁘게 살고 있다. 앞으로는 걱정이다. 정인이가 대학에 입학하면 보고 싶어서 마음 고생이 심할까봐”라며 웃었다.

“5개 명문대 합격한 ‘조용한 리더’”

정인 양은 하버드, 스탠포드, 펜실베니아, 위튼, 미시간대에 지원해 모두 합격 통지를 받았다. 똑똑한 딸을 키워낸 부모로서 어떤 교육 방식을 택했는지 물었다. 그들은 “당혹스러운 질문이다. 학업적인 측면으로는 도움을 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인이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잘하는 아이였다. 여느 부모님들과 같이 사랑과 관심을 준 것 외에 특별히 해준 것이 없다. 그저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들은 “정인이는 ‘조용한 리더’라고 말하고 싶다. 책과 음악, 친구들을 사랑하며 밝고 긍정적인 아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마음을 헤아리는 속 깊은 아이다. 농담하는 것도 좋아해서 웃긴 이야기도 곧 잘 하는 재치있는 아이다. 공부를 잘 하지만 공부에만 매달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SAT, ACT 등 학원도 다녀본 적이 없고 스스로 공부하고 교외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하는 아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길”

마지막으로 정인 양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었다. 그들은 “하나님이 우리 정인이를 만드신 이유가 꼭 있을 것이다. 항상 기도하면서 그 길을 잘 찾기를 바란다”며 “추구하는 일에 매순간 후회 없이 임해서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현재까지 일궈낸 성과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정인 양은 올가을 스탠포드대학에 진학해 다양한 학문을 탐구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귈 생각에 들뜨고 기쁘다고 했다. 현재는 얼마 남지 않은 고등학교 생활을 만끽하고 친구들과 추억 쌓기에 여념이 없다는 정인 양. 그는 앞으로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내 희망이 같은 병을 앓는 모든 환자들,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되는’ 그 날까지 ‘앤지의 희망’은 계속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의 몸은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꿈은 푸른 세상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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