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1-2017] 밀려드는 수재민, 셸터까지 침수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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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수재민들이 대피해 있는 휴스턴의 NRG 센터에서 가족과 함께 대피한 한 어린이가 쓰레기 봉지에 가득 담긴 구호품들을 받아 가고 있다.

휴스턴 ‘하비’ 수해현장 르포

한인 밀집 거주지 메모리얼, 케이티 피해 극심

치안공백 상태 업소들 약탈 피해 곳곳에

공항, 프리웨이 봉쇄, 통금 ‘유령도시’로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죠. 처음에는 발목까지였는데 이제는 허리 높이로 차오른 물에 속수무책입니다”

허리케인 하비가 몰고 온 대홍수로 물에 잠긴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인 수재민들이 대피해 있는 휴스턴 한인회관. 이곳에 긴급 대피한 한인 이모씨의 말이다.

미 역사상 최악의 수해라는 이번 허리케인 하비 사태에 최고 문명국 미국의 제4대 도시라는 휴스턴은 그야말로 ‘물 지옥’으로 변했다. 예상을 뛰어 넘은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휴스턴 지역에 내리던 비는 29일 이후로 그쳤지만, 이번에는 대형 저수지의 댐 방류가 침수 피해를 키우는 형국이다. 30일 현재 휴스턴의 약 3분의 1이 여전히 물에 잠긴 상태로, 구조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휴스턴 지역 한인 거주자들의 밀집지인 메모리얼과 케이티 지역은 완전 침수돼 이번 수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 대피한 이씨는 30일 “댐 방류로 메모리얼 지역의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1층의 종아리 높이 정도만 침수됐기에 버틸 만했는데, 오늘 오전에는 허리 높이까지 순식간에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15년 전 휴스턴으로 이주하고 여러 번 허리케인을 겪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 운영하는 업소가 침수되는 바람에 피해가 막대한 데다 그나마 쓸만한 것도 약탈당했을 것 같아 이번 홍수 사태가 진정되고 물이 빠져나가더라도 생계가 막막할 것 같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온다.

침수로 경찰이 출동하지 못하는 치안 공백을 노린 약탈 범죄로 인해 한인들의 피해도 잇따라, 한인 운영 대형 보석점과 뷰티서플라이 업소를 비롯해 신고가 접수된 피해 건수만 5건이나 된다. 한 폐쇄회로 TV 영상에선 4인조 흑인 강도들이 이삿짐을 싸듯 여유 있게 물건을 훔치는 장면도 확인됐다.

피해를 당한 한인들은 지역별 임시보호소나 한인회관, 호텔, 교회 등에 거처를 옮겨 복구 작업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휴스턴 전역은 최악의 자연재해에 집과 갈 곳을 잃고 먹을 것도 없는 수재민들이 줄줄이 피난민처럼 셸터로 모여들고 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차림새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수재민들이 빈손으로 연이어 대피소를 찾고 있다. 대피소로 쓰이는 휴스턴 시내의 조지 브라운 컨벤션 센터는 7개월 전까지만 해도 수퍼보울 게임을 응원하는 환호성으로 울려 퍼졌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수용 정원 5,000명의 2배인 1만 여명이 몰려들어 발뻗고 누울 자리조차 찾기 힘든 곳이 됐다. 아무 것도 없이 빈털터리로 구조되거나 가까스로 몸을 피해 온 수해 피해자들은 셸터에서 나누어주는 식사를 반가워하며 그저 이곳에 살아 도착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텍사스 주정부에 따르면 30일 오전까지 주 전역의 구호소에 무려 3만2,000명의 이재민이 수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물폭탄을 맞은 휴스턴은 현재 외부와 철저히 단절돼 있다. 휴스턴의 하늘길을 담당하는 조지 부시 국제공항과 윌리엄 P. 호비 공항은 일찌감치 폐쇄됐고, 달라스나 샌안토니오 등 인근 대도시들로 연결되는 프리웨이들도 휴스턴 외곽에서는 줄줄이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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