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요리연구가(시카고)
나지막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다. 내 키보다도 훌쩍 작은 나무들이 가득한 블루베리 농장에 서면 마치 소인국에 와 있는 듯 해 그저 재미있고 신선하다.
뜨거운 여름이 시작하는 즈음이면 블루베리 유픽을 가고 싶어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린다. 낮은 나무들 덕에 뜨겁게 내리는 태양빛을 피하기 어려워 휴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지만 들고 간 바구니에 한 알씩 한 알씩 소복하게 담겨가는 블루베리를 보면 잠깐 고생한 수고는 눈 녹듯 사라진다. 하나하나 손 떼 묻은 블루베리를 적당한 크기로 소분해 담아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두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블루베리를 얼리는 것은 블루베리 속 안토시아닌의 농도가 얼릴 때 더 증가한다는 영양학적 연구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사각사각 얼음이 느껴지는 블루베리는 아이스크림 대용이 되기도 하고 시원한 스무디가 되기도 한다. 얼린 블루베리는 요기조기 쓰임새가 참 많은데 오늘은 보라색 블루베리빵을 굽기로 한다.
블루베리빵은 블루베리와 두유, 오트밀로 만들어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좋다. 평소 블루베리와 두유, 오트밀 등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나 가벼운 저녁 식사를 즐기는 가족들에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밤에 반죽해 두고 아침에 일어나 오븐에 넣으면 은은하면서도 촉촉하고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블루베리빵 냄새가 집 안 구석구석 가득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달콤한 아침 인사가 된다.
블루베리 속 안토시아닌은 꽃과 과일에 포함되어 있는 색소이자 항산화 물질로 체내 세포의 산화를 막아 신경계, 뇌, 심혈관 계통, 요로, 뼈, 시력은 물론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 음식에서 나오는 벤조피렌, 아플라톡신과 같은 발암 물질의 성장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대표적인 항암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블루베리 속 안토시아닌의 함유량은 포도의 30배 이상이다.
블루베리빵은 물 대신 블루베리와 두유를 사용해 반죽한다. 밀가루는 통밀가루와 표백하지 않은 밀가루를 함께 사용한다. 밀가루 대신 통곡류를 일반 빵 굽는 밀가루와 같은 비율로 사용하도록 나온 제품을 사용해도 좋다. 설탕 대신 꿀가루를 사용하고 버터 대신 식물성오일을 사용한다. 모든 재료를 넣고 15분 정도 손으로 반죽하거나 제빵기로 반죽한다. 예쁘게 모양을 잡아 오트밀을 뿌린 후 따뜻한 곳에 30분 정도 두고는 이스트의 능력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두 배 정도 부풀어 오른 반죽을 350도 오븐에 넣어 30분 구우면 따뜻한 블루베리빵 완성이다.
새 해가 코 앞이다. 오는 해에는 빵 속에 담긴 이스트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보다 부드럽게 하고, 맛있게 하고, 따뜻한 사람 사는 풍미 가득한 세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블루베리빵
재료
얼린 블루베리 1컵 반, 두유 2/3컵, 밀가루 2컵, 통밀가루 1컵, 소금 2작은술, 올리브오일 2큰술, 꿀가루 3큰술, 드라이이스트 2작은술
만드는 방법
- 실온에 꺼내 둔 블루베리와 두유를 믹서에 간다.
- 모든 재료를 제빵기에 넣고 반죽 코스를 누른다.
- 반죽을 밀어 양쪽에서 접고 시작점을 꼬집어 또르르 말아 마무리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해 식빵팬에 넣는다.
- 따뜻한 곳에서 30분정도 부풀어 오르길 기다렸다가 350도에서 30분 구어 준다.
- 식은 후에 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