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하나님이 주신 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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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빈대떡 인심 베푸는 안경자 권사

언젠가 본보 직원들은 맛있는 빈대떡을 실컷 먹은 적이 있다. 구독부 직원에게 들으니 종종 본보에 들려 신문을 가져 간 애독자가 고맙다며 직접 부친 녹두 빈대떡을 두고 갔다는 것이다. 이름도 잘 모르던 주인공이 신문을 가져가기 위해 며칠전 본보를 다시 찾았다. 너무 맛있는 빈대떡을 많이 보내주셔서 정말 고마웠다고 직원들은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내 빈대떡 먹어본 시카고 사람들 천명도 넘을 거예요”라고 얘기하는 게 아닌가. 사연이 궁금해서 한사코 뿌리치는 그를 설득해 정식(?) 인터뷰를 하게 됐다.

갈보리교회에 출석하는 독실한 크리스찬인 안경자(71, 사진) 권사는 한국에 살 때부터 늘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며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이였다. 25살에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은사가 ‘나눔’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그는 오며 가며 만나는 인연일지라도 집에 데려가 함께 식사를 나누고 빈대떡까지 싸서 돌려보냈다고 한다. “어느 날 노숙자들을 보고 안타까운 나머지 목욕탕이 영업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 데리고 가서 씻기고 우유 등 먹을 것도 사서 주기도 했다. 미국에 오기 직전에는 길에서 딸기를 팔던 여인이 웅크리고 있어 말을 거니 출산한지 3일된 몸으로 돈을 벌기위해 나섰다기에 딸기를 모두 구입하고 밥도 사주어 보냈다. 그 여인은 자신이 못 받은 복 다 받으라며 축복을 해주기도 했다”며 과거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안 권사는 “내가 힘들고 고난받을 때 많은 이들이 ‘복 받을거야’라며 많은 격려를 해준 덕분에 1988년에 미국에 이민와서도 자녀들을 잘 키울 수 있었고 지금까지 옷수선 일을 하며 별 걱정없이 살 수 있었다. 또한 하나님께서 내게 건강까지 허락해주셨기에 지금도 여기저기 다니며 빈대떡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누구든지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게 기뻐요. 그래서 주변을 다니며 빈대떡이나 빵을 전했는데 이중 빈대떡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좋아하더라구요. 빈대떡을 먹고 위로 받는 모습을 보니 비록 작지만 행복이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우리집엔 365일 누군가에게 나눠줄 빈대떡으로 가득하지요.”

안 권사는 “하루에 몇 접시를 부쳐 들고 나가 마음가는대로 전해주다보니 마트나 곳곳을 가는데마다 ‘빈대떡 잘 먹었다’는 인사를 하며 반겨주는 분들이 많다. 기억하지 못하는 분이더라도 ‘잘 먹었다’고 말해줄때마다 그저 기쁘고 내가 더 감사하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한인사회에 나눠주는 인심이 넘쳐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홍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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