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요리연구가)
햇살이 눈부셔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오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차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작은 2차선 도로 횡단 보도 앞 신호에 멈춰 섰다. 횡단보도 끝 나무그늘 한 쪽에 자리하고 앉으신 할머니 한 분에 눈길이 갔다. 노란 형광색 조끼를 입으신 것을 보니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와주는 횡단보도 도우미 할머니이시다.
늘어뜨려진 가지가 초록 양산이라도 되는 듯 적당히 뻗은 나무가지 아래 접이식 의자를 펴고는 앉아 계셨다. 한 손에는 작은 책, 또 한 손에는 샌드위치가 들려 있다. 하교시간이 시작 되려면 아직 멀은 듯 구부정한 허리 그대로 의자에 쏙 들어갈 듯이 앉으신 할머니께서 책에 준 눈길을 못 거두시는 걸 보니 아마도 꽤나 재미있는 책인 듯 했다. 다른 손에 들린 아무렇지도 않게 종이로 둘둘 말은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드시면서 책에 쏙 빠져 계신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아보카도 샌드위치일까?
영양가 높은 과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아보카도는 기네스북이 공식 인정한 만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영양적인 면에서 단연 일등 과일이다. 악어의 등껍질과 비슷한 겉모습에 악어 배, alligator pear라고도 불리는 이 과일은 바나나 또는 키위와 같은 후숙 과일 중 하나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초록색과 갈색을 동시에 띠게 되는데 손으로 만져보아 살짝 말랑한 느낌이 있다면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된 것이다.
오늘은 아보카도, 토마토, 양파 세가지 재료를 넣은 또띠아롤을 만들어 본다. 또띠아롤은 좋아하는 속 재료 무엇이든 넣고 또르르 말아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또띠아 그대로 말아서 간편하게 들고 먹어도 좋고 모양을 잡아 썰어 접시에 가지런히 내면 손님상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근사한 요리가 된다.
또띠아를 펴고 잘 익은 아보카도를 으깨서 바른 후 그 위에 소금을 살짝 뿌려준다. 작게 썬 보라양파와 토마토를 얹어 도르르 말아내면 아보카도 또띠아롤 완성이다. 보다 크리미한 맛을 원할 경우에는 아보카도에 뉴트리셔널 이스트를 뿌리고 산미를 원할 경우에는 레몬즙을 살짝 뿌려 만다. 씰란트로를 좋아한다면 롤과 같이 어울려 내 보자.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또띠아롤을 맛볼 수 있다.
작은 숲이 시작되는 동네 입구 횡단 보도에 앉으신 할머니.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나와 아이들을 돌보시는 모습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머리가 숙여지게 하고 감사를 알게 하시는 멋진 분이시다. ‘숲 속의 버터’라 불리는 아보카도로 만든 또띠아롤을 대접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오후이다.
오늘은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영양 가득한 아보카도 요리로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 보자. 감사는 우리의 삶을 꽃처럼 아름답게 만든다.
<아보카도 또띠아롤>
재료
아보카도 2개, 토마토 ½개, 보라양파 ¼개, 소금 약간, 또띠아 2장(9인치), 씰란트로 한 줌
만드는 법
- 아보카도는 으깨고, 토마토와 보라양파는 다진다.
- 또띠아는 팬에 올려 살짝 데운다.
- 또띠아 위에 으깬 아보카도를 펴고 소금을 살짝 뿌린다.
- 아보카도 위에 다진 토마토와 양파를 올린 후 또르르 만다.
- 적당한 크기로 썰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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