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 물가지수 8.6%↑···41년만에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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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이 지속되자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씀씀이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계란값 등 식료품이 많이 오른 가운데 한인 고객이 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 <로이터>

1년 새 개스값 48% 폭등…식료품도 12% 올라
‘인플레 장기화’공포에 증시 급락…다우 -880p
9월 이후에도 ‘빅스텝’고강도 긴축 가능성 커져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예상을 뛰어넘어 40여년 만의 최대폭 상승 기록을 다시 썼다. 에너지, 식료품, 월세 등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 가속화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연방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5월보다 8.6% 급등했다고 10일 밝혔다. 전월(8.3%)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은 물론 지난 3월(8.5%)을 넘어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5월 CPI 상승률 전망치는 8.3%였다.

전월 대비로도 1.0% 급등해 지난 4월 상승폭(0.3%)을 크게 넘어선 것은 물론 시장 전망치(0.7%)도 상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0%,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필품들은 대부분 두 자릿수대로 올라 수십 년 만의 최대폭 상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에너지는 전년 동월보다 34.6% 치솟아 2005년 9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고, 이중 개솔린이 같은 기간 48.7% 폭등했다. 개스값은 6월 들어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우며 더 오르는 중이다. 식료품은 1년 사이 11.9% 급등해 1979년 4월 이후 43년 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고, 전기료도 12.0%나 올랐다. 전체 CPI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5.5% 상승했다.
이러한 물가 급등세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식량 등 원자재 부족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전 세계적인 가뭄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더욱 꼬인 여파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 유력하다.

5월 소비자 물가가 40여 년만에 최대폭 급등했다는 소식에 뉴욕증시가 털썩 주저앉았다. 10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880.00포인트(2.73%) 떨어진 31,392.79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116.96포인트(2.91%) 급락한 3,900.8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14.20포인트(3.52%) 급락한 11,340.02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S&P500 지수가 이틀 연속 2% 이상 급락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22∼23일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인플레이션이 이미 정점을 찍었을 것이란 기대 속에 지난달 말부터 종종 반등 기미를 보이던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이번 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향 안정되기를 기대했던 연준으로서는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시사하는 이날 발표에 큰 폭의 금리인상을 이어가는 쪽으로 더욱 기울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까지 3연속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예고한 연준 일각에서는 물가 안정을 전제로 오는 9월 금리인상을 쉬어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9월 이후에도 고강도 통화긴축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또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으로서는 물가 부담에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더욱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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