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명으로 불어난 중미 이민자 캐러밴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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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폭력, 범죄를 피해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멕시코에 진입한 가운데 미국 남부 국경을 향한 행진을 이어갔다.

21일 밀레니오 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중미 출신 이민자 5천명은 이날 동이 트자마자 멕시코 남부 국경도시인 시우다드 이달고를 출발해 다음 기착지인 타파출라로 향했다. 1.5㎞에 달하는 긴 줄을 형성한 캐러밴은 이동 중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듯 “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연방경찰 3개 팀이 멕시코 남부 도로를 행진하는 캐러밴을 호위하고 상공에는 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현지 TV에 방영됐다. 남부 치아파스주 프론테라 이달고 시의 자치 경찰은 캐러밴의 이동에 대기했다.

자치 경찰인 루이스 레르난도 메히아는 “이민자들을 친절하게 대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면서 “그들은 인격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캐러밴이 시우다드 이달고 시 교외를 지날 때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일부 주민은 타는 듯한 태양 아래를 걷는 캐러밴에게 물과 간단한 먹거리가 담긴 비닐봉지와 옷가지 등을 건넸다. 이들에게 신발을 거저 준 주민 마리아 테레사 오레야나는 “이것이 연대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라고 했다.

캐러밴은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온두라스를 비롯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마약범죄,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 도보나 차량으로 미국을 향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반 이민정책을 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캐러밴을 비난하면서 군 병력을 동원해 국경을 차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다음 달 치러지는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멕시코나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캐러밴은 지난 12일 160명 규모로 온두라스 북부 산 페드로 술라 시를 출발했다.

초기에 온두라스인 중심이었던 캐러밴 이동 소식을 접한 과테말라인, 엘살바도르인 등이 속속 합류하면서 규모가 5천명으로 불어났다. 올해 봄에 결성된 캐러밴에 참여했다가 중도 이탈한 채 적절한 이민 시기를 기다리며 멕시코와 과테말라 국경 지역에 살고 있던 이주자들이 이번 캐러밴에 대거 합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쪽으로 향할수록 멕시코에 임시 거주하며 미국 이민을 희망해온 중미 출신 이주자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멕시코와 과테말라 경찰의 국경 다리 봉쇄를 우회해 국경을 넘은 중미 출신 이민자 2천여 명은 전날 멕시코 남부 국경도시 시우다드 이달고의 한 광장에서 모여 거수투표를 통해 미국행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심야에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가로지르는 수치아테 강을 헤엄치거나 뗏목을 타고 멕시코에 불법 입국했다. 멕시코 당국이 국경 다리를 봉쇄한 채 소규모 이민자에게만 45일 동안의 방문 비자를 발급하고 더디게 망명 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집회 후 국경 다리로 이동해 아직 멕시코로 넘어오지 못한 다른 이민자들에게 “모두 함께 걷자”라고 외치며 강을 건너와 행진에 합류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과테말라 국경에는 1천500명이 합법적으로 입국하려고 멕시코 이민 당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일부는 불법 월경을 해 조만간 캐러밴 본진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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