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 요리연구가
가을이 왔다. 봄, 여름 동안 할 일을 한 이들에게 기다림의 결실을 주는 가을이 덥석 왔다. 붉은 노을에 노란 낙엽비가 내리는 더 없이 아름다운 요즘이다. 언젠가 하얀색 등받이가 있는 작은 의자 하나를 주방에 가져다 두었다. 오이나 무를 채 썰어 소금에 잠시 절이는 시간, 돌솥에 흑미 한 컵 넣어 밥 짓고 뜸 들이는 시간, 향긋한 빵 반죽을 오븐에 넣고 기다리는 시간을 위해서이다.
오늘은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버섯을 오븐에 구운 오븐요리이다. 오븐은 천천히 가열되면서 균일한 열을 내 식재료가 가진 맛을 그대로 보존한다. 기다림을 기본으로 하는 오븐 요리는 열을 가해 순식간에 볶아내는 요리들과는 과정이 다르다. 적당한 온도를 정하고 시간을 계산해 넣은 후 기다리는 것이다. 오븐 등을 켜고 환해진 오븐 안을 들여다 보면서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운다. 주방 한 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다 보면 성큼 다가온 가을처럼 어느새 진한 향 가득한 버섯 요리가 나올 채비를 마친다.
오늘은 포타벨라버섯 오븐구이를 소개한다. 포타벨라버섯은 크기가 크고 가진 향이 진해 버섯의 귀족으로 불린다. 쫄깃쫄깃한 육질과 진한 버섯향이 어우러져 채식을 하는 이들에게는 고기 대체식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단백 저지방 웰빙식재료로 평가받고 있는 버섯은 단백질과 무기질 또한 풍부하다. 포타벨라버섯 한 개에는 단백질이 5g 정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버섯에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베타글루칸과 항산화제인 셀레늄이 들어 있다.
둥그렇고 큼직한 버섯을 오븐에 넣어 굽는다. 적당한 볼에 통밀빵가루와 파슬리, 마늘가루, 양파가루, 뉴트리셔널 이스트와 소금, 오일을 넣고 잘 섞어준 후 구운 버섯 안에 채워 넣고 한 번 더 살짝 구어 내면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의 맛있는 요리 건강밥상에 제격인 메뉴가 완성된다. 통밀빵가루가 없다면 통밀 식빵을 믹서 또는 푸드프로세서에 갈아 사용한다. 오븐에서 갓 꺼낸 따뜻하고 촉촉한 포타벨라버섯 오븐구이는 포크와 나이프를 함께 내 스테이크처럼 즐길 수 있다.
시간을 기다려 만든 맛은 3분이면 한끼가 해결되는 얼려진 음식 봉투의 맛이 만연한 요즘 시대에 사치처럼 다가올지 모른다. 오늘은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과 음식이 완성되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기다림의 과정을 느껴보자. 시간이나 일에 쫓기지 않고 종일 놀았던 추억이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보석처럼 빛나듯 건강한 몸과 행복한 삶을 위해 오늘은 의자 하나 주방에 들여 놓고 기다림을 더해 맛있는 건강밥상을 만들어 보자.
포타벨라버섯 오븐구이
재료
포타벨라버섯(Portobello Mushuroom) 6개
통밀 빵가루 1컵
마른 파슬리 1큰술
마늘가루 2작은술
양파가루 2작은술
뉴트리셔널 이스트 2작은술
올리브오일 4큰술
소금 약간
만드는 방법
- 깨끗이 씻은 버섯은 꼭지를 따고 베이킹 팬에 버섯 안쪽을 위로 해 가지런히 올린다.
- 450F 오븐에서 20분 정도 굽는다.
- 적당한 볼에 통밀 빵가루, 마른파슬리, 마늘가루, 양파가루, 뉴트리셔널이스트, 올리브오일을 넣고 잘 섞는다.
- 말랑말랑 잘 구어진 버섯 안에 빵가루를 올리고 오븐에 넣어 5분간 더 구어 낸다.
건강요리교실 문의 ssyj20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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