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끼빠빠, 복세편살, 줄난헷걱(?)…
본보 편집국장
*보기 1: 금사빠, 세젤행, 심멎, 심쿵, 맞저, 안물안궁, 혼밥, 광삭, 핵꿀잼, 꼬돌남, 맥날, 완전사이다, 연서복, 낄끼빠빠, 빼박캔트, 복세편살, 현타, 번달번줌?, 문센, 케바케…
*보기 2: ㅁㅎ-ㅇㄴ, ㅂㄱㅅㄷ-ㄴㄷ, ㅇㄴㅂㄲ-ㅈㅇ, ㅁㅅ-12, ㅇㅋ…
여러분은 보기 1에서 열거한 한국에서 흔히 쓰는 ‘줄임말’중 몇 개나 아시나요? 또, 젊은 친구들이 셀폰 문자로 즐겨쓴다는 ‘자음대화’라는 보기 2는 무슨 대화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아마도 대부분은 뭔 뜻인지 감도 못 잡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 또한 인터넷에서 찾아보기전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사실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젊은 층을 제외하곤 대다수는 잘 모른다고 합니다.
자, 이제 정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세젤행-세상에서 제일 행복, 심멎-심장이 멎을 만큼 멋지거나 아름답다, 심쿵-심장이 쿵할 정도로 놀람, 맞저-맛있는 저녁(맛있는 점심은 맞점이겠죠!), 안물안궁-안물어봤음 안 궁금함, 혼밥-혼자먹는 밥, 광삭-빛의 속도처럼 매우 빠르게 삭제함, 핵꿀잼-매우 많이 재미있음, 꼬돌남-꼬시고 싶은 돌아온 싱글남자, 맥날-맥도날드, 완전사이다-답답한 상황이 시원하게 풀림, 연서복-연애에 서툰 복학생, 낄끼빠빠-낄데 끼고 빠질 데 빠져,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함,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현타-현실 자각 타임, 번달번줌-번호달라면 번호줌?, 문센-문화센터,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하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살다보니 요즘 세대들은 말하는 것도 이런 줄임말로 빠르게 의사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모양입니다. 한국에 계속 산 기성세대들도 이런 말들을 잘 모른다는데, 하물며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미국에서 산 시간이 더 많은 나같은 해외동포 구세대들은 어쩌나요? 한국의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려면 통역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몇십년을 살아도 영어는 여전히 어려운데, 이젠 한국말도 모르는게 자꾸 많아지는 것 같아 왠지 서러워집니다. 더욱이 보기 1에 제시한 이런 신어(新語: 사전에는 없는 새로 생긴 말, 혹은 그 뜻이 이전과는 달라진 말)는 한국 국립국어원에서 작년에 공식 조사를 통해 신어로 선정한 것으로 자료집에도 수록됐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용되면 나중에는 국어사전에 등재되거나 표준어로 인정된다고 합니다. 참…
이런 신어는 그렇다 치고, 보기 2에서 제시한 소위 ‘자음대화’는 도대체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인지 궁금하시죠? 서로 사귀는 남녀의 이런 대화랍니다. ㅁㅎ(뭐해?)-ㅇㄴ(인남/일어남), ㅂㄱㅅㄷ(보고싶다)-ㄴㄷ(나도), ㅇㄴㅂㄲ(오늘 볼까?)-ㅈㅇ(좋아), ㅁㅅ(몇시?)-12(12시), ㅇㅋ(오케이). 이런 자음만으로 대화가 가능한 것이 신기하긴 합니다만, 아무리 초스피드시대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입니다. 한글을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 건지…(세종대왕님께 죄송할 뿐입니다!)
미국의 젊은 친구들도 문자메시지는 줄임말도 잘 씁니다.(‘lol: laugh out loud’처럼 말이죠) 물론 부모 등 기성세대들은 익숙치 않죠. 전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습니다. 미국에 오래 살아 한국말도 자꾸 잊어버리는데(영어는 원래 서툴고) 이런 신어들은 점점 난무하니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이 참에 나도 하나 만들어보렵니다. ‘줄난헷걱’(줄임말 난무세상 헷갈리고 걱정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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