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가 아니었다···WHO “재확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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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 몬드라고네에서 25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49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지정된 이동제한 지역 '레드존'을 경찰과 군이 둘러싸고 있다.[연합]

미·브라질 하루 확진 3만명대
유럽도 일일확진 2만명 육박 “안전장치 없이 봉쇄 완화한 탓”
경제 우려로 재봉쇄 가능성 낮아 “완전히 긴장 풀 때 아니야” 경고

‘2차 대유행’이 진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던 이탈리아와 모범 방역국인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미국은 연일 하루 신규 감염 최고치를 경신해 가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이나 봉쇄ㆍ통제 조치를 너무 빨리 푼 결과다. 보건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시민의 자유를 박탈해야 재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독촉하지만, 봉쇄령을 다시 가동하기엔 더 이상 추락할 바닥조차 안보이는 경제가 발목을 잡는다.

코로나19 재확산 여부를 주시하던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현지시간) 결국 공개적인 경고를 내놨다. 최근 빨라진 스웨덴, 아르메니아 등 유럽 11개국의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언급한 뒤 “매우 중대한 재확산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담당 국장은 “유럽 보건시스템이 다시 한 번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60만여명으로 이달 들어 매일 2만건씩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안정권에 접어든 듯했던 이탈리아와 독일도 집단감염 사태로 불안불안하다. 집단감염은 지역사회 전파로 곧장 이어질 수 있는 폭탄이나 다름 없다. 이날 이탈리아에서는 남부 캄파니아주(州) 몬드라고네에서 49명,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볼로냐의 한 대형 배송업체 물류센터에서 4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몬드라고네는 주로 불가리아 출신 농장 노동자가 거주하는 동네로 전체 주민(700여명)의 7%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독일도 앞서 한 육류가공공장에서 약 1,5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사실상 2차 대유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코로나19 감염ㆍ사망 세계 1위인 미국은 이날 신규 확진자 수(3만8,459명)가 전날에 이어 또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심지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환자가 공식 통계보다 10배 많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까지 발표해 미국사회의 불안감을 한층 키웠다. 혈액 샘플들을 분석해 보니 무증상 감염자가 2,000만명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이날 기준 241만6,727명이다.

신흥국 브라질ㆍ인도의 확산세도 거침이 없다. 미국 다음으로 코로나19 발병이 많은 브라질은 이날도 3만9,483명이 새로 감염됐다. 세계 4위인 인도는 미국처럼 날마다 확진자 수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날 1만8,185명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일일 1만명대 감염 수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옥스퍼드대와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독일 프랑스 스웨덴 미국 이란 등 10개국이 봉쇄 조치를 풀면서 재확산에 시동을 걸었다”고 전했다. 아시시 자 하버드 국제보건연구소(GHI) 소장도 NBC뉴스에서 최근 확산세의 원인을 “올바른 안전장치 없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라며 봉쇄 완화가 시기상조였다는 점에 동의했다.

이처럼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면적인 봉쇄 카드를 검토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다들 엄청난 경제 피해를 경험한 터라 후폭풍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집단감염이 발발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부분 봉쇄령을 내리는 게 대책의 전부다. 실제 이탈리아는 몬드라고네 지역에 국한해 이동을 막는 ‘레드존’을 설치한 뒤 군경을 투입했다.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는 텍사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네바다 등 주(州)정부가 당분간 추가 규제 완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의 안드레아 암몬 박사는 “코로나19 특성인 높은 전파력과 낮은 면역인구 비율 등을 고려하면 각국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긴장을 풀 때가 전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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