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밸런타인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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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시카고)

 

200년의 역사를 지니면서 인디언들의 급습으로 60명 이상의 군인과  초기 정착민들이 노상에서 무참히 학살을 당하고 부녀자들이 끌려간 ‘Ft. Dearborn Massacre’(1812)이나 300명 이상의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시카고 대 화재’(1871)와 같은 참사도 겪은 시카고 도심의 으슥한 뒷골목에는 아직도 원혼이 가시지 않은 유령들이 기거하기 마련인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밸런타인 고스트’다. 경찰관으로 위장한 알 카포네 폭력 조직원들에 의해 기관총난사로 참살 당한 7명의 혼령들이 아직도 2122 N. Clark 현장 주변에 떠돌며 특히 사건이 일어나던 날의 시카고 날씨처럼 영하 17도의 혹한에 눈발이라도 날리는 ‘밸런타인스 데이’가 되면 한밤중에 개를 끌고 나온 동네사람이나 근처를 지나는 행인들에 의해 희미한 총성이나 비명 비슷한 소리도 들리고 가끔 유령도 목격이 된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목격된 것은 1998년 2월 14일 우연히 한밤중에 그곳을 거닐던 Dave Black에 의해서인데 마침 가지고 있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면 워낙 밤중에 황급히 찍은 사진이어서 그런지 분명치는 않으나 마치 ‘할로윈 데이’에 집밖 나무 가지에 걸어 놓은 펄렁거리는 흰옷처럼 짙은 흰 안개가 사람얼굴처럼 둥글게 뭉쳐 너울거리는 요상한 형체를 볼 수 있었다.

1929년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 총격살해사건이 벌어졌던 붉은 벽돌의 단층 창고 건물은 1967년 시카고 시가 주변 건물과 함께 매입해 허물어버리고 그 자리에 시립 노인주거 7층 아파트 건물이 들어섰다. 창고 건물이 헐릴 때 캐나다의 사업가 George Patey라는 사람이 총탄 흔적이 남아있는 벽돌 417장을 사서 이 벽돌로 1972년 자신이 경영하는 나이트 클럽 남자 화장실 벽을 만들어 놓고서 저녁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여자 손님에게도 보여줬다는데, 장사가 부실해지자 벽을 허물어서 벽돌에 일련 번호를 매겨 보증서와 함께 한 장에 $1,000씩 주문 판매를 시작했는데, 원혼이 어려있는지 벽돌을 구입한 사람마다 병이 들거나, 죽거나 이혼을 하거나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보거나 패가망신한다는 풍문이 퍼져 판매가 부진하던 차에 어느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벽돌 전량을 구입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오자 팔았던 문제의 벽돌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Gossip성 기사를 언젠가 본 기억이 난다.

당시 창고가 있던 살해 현장은 시니어 아파트 남쪽 빈터로 남겨두고 잔디를 깔고 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놨는데 가운데 서있는 나무가 총탄을 맞은 벽이 서있던 위치이다. 개를 끌고 그곳엘 가면 지금도 개들이 끙끙거리며 불안해한다는데, 나는 지난 밸런타인 데이에 일부러 현장엘 가서 지신밟기하듯 몇 차례 나무 주변을 돌아봤지만 대낮이라서 그런지 별다른 느낌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