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셸리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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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시카고)

 

‘동몽선습’(童蒙先習)에 나오는 한시(漢詩) 중에 “연못 누각에서 첫 봄 꿈을 깨기도 전에, 뜰 앞 오동나무 잎이 가을 소리를 내더라”는 글귀가 있다. 한 여름 폭염에 시달리던 때가 엊그제 같거늘, 어느 새 달포가 지나면 다사다난했던 2017년 한 해도 아쉬움을 토하며 역사의 뒤안길 속으로 영구히 사라져버리고, 서둘러 대망의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무사분주한 연말연시를 당하여 전신을 누비는 초조감과 비애를 맛보게 되는 것은 누구나의 상정(常情)일 것이다.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을 꿈꾸며 살같이 흐르는 세월을 붙잡아 보려던 것은 사실 인간의 오랜 염원이었다.  그러나 한 손에 막대 짚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닥쳐 오는 노년을 애써 막아 보려한들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달려오는 것이 백발이요, 세월임을 어찌하랴.

덧없이 흘러간 세월들을 못내 그리며 누구보다도 안타까이 여겨마지않던 사람은 아마도 셸리(P. B. Shelley)였을 것이다. 18세기 영국 낭만주의(Romanticism)의 뜨겁고 거센 물결을 타고 그 자신 또한 불꽃처럼 팽팽히 살다 스러진 불과 30년(1792-1822)간의 짧은 일생이었다.

옛날 학부시절 텅 빈 늦가을 하오의 강의실에서 처음으로 그의 서정시 ‘탄식’(A Lament)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나는 6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셸리의 대표적 시작품의 하나인 ‘탄식’은 그의 문우였던 키이츠(John Keats)가 요절한 1821년 그의 영전에 바친 애가(Elegy) “Adonais”를 쓴 같은 해에 창작된 것으로 이미 셸리는 다음 해에 자신의 배를 타고 가다 이태리 토스카니 근처의 바다에서 풍란으로 익사할 자신의 운명을 예견이라도 한 듯 세월과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시인의 절규가 특히 시의 마지막 련(coda) “No more—Oh, never more!”에서  애절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나는 언제나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어수선한 세모의 계절에 접어들면 곧잘 혼자 감상에 젖어 셸리의 ‘탄식’을 읊으며 세월에의 넋두리를 쳐보는 습관이 있는데, 여기 시(詩) 전문(全文)을 옮겨 본다.

 

“오오 세계여! 인생이여! 세월이여!

너의 마지막 계단에 올라

지나온 곳을 굽어보고 떠노니

네 청춘의 영화 언제 되돌아오랴

오오 다시는, 영영 다시는 아니 오리!

 

낮이나 밤이나

기쁨은 날아가 버리고

새로운 봄, 여름, 서리 찬 겨울은

설움으로 내 시달린 가슴을 죄이되, 즐거움만은

오오 다시는, 영영 다시는 아니 오리!“

 

O world! O life! O time!

On whose last steps I climb,

Trembling at that where I had stood before;

When will return the glory of your prime?

No more—Oh, never more!

 

Out of the day and night

A joy has taken flight;

Fresh spring and summer, and winter hoar,

Move my faint heart with grief, but with delight

No more— Oh, neve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