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홍대(弘大)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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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시카고)

나는 대학교 60학번으로 신설동에서 신촌행 버스를 타고 학교엘 다녔다. 신촌 종점 로터리에서 내려 백양로 캠퍼스로 걸어 들어갔었는데, 60년에 창립되었던 서강대(西江大) 학생들은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고, 홍대생들은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갔다. 60년대에 신촌 남자대학생들이 가장 거닐고 싶었던 거리는 이웃인 이대(梨大) 앞이었다. 이대 앞거리에는 지하 다방과 빵집, 선술집들이 늘어서있어서 어슬렁거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 연분(緣分)인지는 몰라도 집사람은 이대 출신이다.

대학 시절에는 서강대나 홍대에 이렇다 할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가 볼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당시에 캠퍼스 축제나 문화행사는 주로 이대나 연대에서 펼쳐졌었다.

미국에 반세기 가까이 살면서 신촌 대학가 낭만적(浪漫的) 추억은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한국 신문 문화면을 보면 근년에 캠퍼스 문화 행사가 홍대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생각으로는, 연대나 이대 대학가는 기성 문화가 터전을 굳히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적 행사(Cultural Performances)를 시도(試圖)하기에는 틈새가 없어 자연히 홍대 쪽으로 옮겨가게 된 것으로 추측이 된다.

홍대 입구역과 학교 정문을 잇는 홍대 앞거리는 1990년대 초반 카페가 들어서면서 라이브 공연 클럽이 생겨나고, 황신혜 밴드등 인디 밴드 등이 활동하면서 홍대 앞만의 독특한 캠퍼스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다양한 주점(酒店)과 펑크락과 테크노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라이브 클럽들이 모여 있는 언더그라운드 문화거리로 면모(面貌)를 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얼마 전 시카고문인회 회원들과 두 주간 한국문학기행을 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서강대와 홍익대를 찾아 가 보았다.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건학 이념(建學理念)으로 삼아 1946년에 미술대학으로 창립된 홍익대학(弘益大學)은, 현재 종합대학으로 통합됐지만, 미술대학은 전통있는 명문(名門)으로 한국의 유명한 화가 예술인들은 거의 홍익대 출신이다. 꽤 넓은 홍대 교정을 걸어 다니면서 둘러보았는데, 특히 문헌관 앞에 위치한  높이 8미터의 붉은 철제(鐵製) 조형 ‘영원한 미소(微笑)’는 홍익대학의 상징적 조형물(造形物)로 1972년 개막식(開幕式)을 치렀다.

금번 문학기행 중 특히 서울에서 자하문고개에 있는 ‘윤동주문학관’과 백석(白晳)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싯귀가 아른거리는 백석과 자야 김영한,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사랑과 인연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성북구 길상사(吉祥寺)와 홍익대학교, 그리고 삼성 리움(Leeum)미술관, 서호미술관(西湖美術館)은 특히 나에게 감명적인 인상을 짙게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