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생 이중국적 남성, 한국 법원서 패소
“태어날 때부터 현재까지 부모에게 영주권 없어”
원정출산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선천적 이중국적 남성들의 복수국적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부모의 미국 유학 기간 중 태어난 미국 태생 복수국적 남성들이 18세 이전에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에 접수한 국적이탈 신고서 거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미국에서 출생해 복수국적 신분인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지난해 6월에 내린 국적이탈 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 A씨 패소 취지로 판결했다. A씨는 당국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역시 패소했다.
부모가 미국 유학 기간인 2000년 출생한 A씨는 태어날 당시 부모의 한국 국적으로 인해 선천적 복수국적 신분을 가지게 됐다.
A씨 부모는 출생 후 2년간 미국에서 유학을 한 뒤 타국에서 2010년까지 거주한 후 다시 2011년 직장 문제로 미국에서 체류했으나, A씨 부모는 미 시민권을 보유하지 못한 채 비이민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
A씨는 만 18세인 지난해 법무부에 국적이탈허가를 신청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의 기각사유는 A씨의 부모가 ‘영주 목적으로 외국에 체류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모가 A씨의 출생을 전후한 시점에 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보유하지 못한 것을 문제로 삼은 것이다.
이에 A씨는 “법무부가 국적이탈신고를 반려하기 전 구비서류 미비 보완을 요구한 적이 없다. 이같은 보완요구 없이 진행된 반려처분은 위법하다”며 “국적이탈 신고에 필요한 부모 요건을 규정한 국적법 시행규칙 등은 모법인 국적법의 위임 없이 제정돼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돼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부의 반려처분 사유는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원고가 병역 의무를 해소하지 않은 탓에 국적이탈 신고를 수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보완요구의 대상이 되는 흠이라고 볼 수 없다. 절차적 하자 유무에 대한 원고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한국 국적법 시행규칙 제10조 2에 따르면 ▲외국에서 출생한 남자로 이후 부 또는 모가 외국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 ▲부 또는 모가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신청한 상태에서 출생한 남자 ▲외국에서 출생한 남자로 출생 이후 부 또는 모가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신청한·경우 ▲국적이탈 신고 전까지 부 또는 모가 외국에서 17년 이상 계속하여 거주한 사람의 경우에 한해 영주 목적으로 체류한 것으로 간주돼 국적이탈 신청자로 분류된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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