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와 소통 12: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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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목사(다솜교회 담임)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한 미래를 회피하려는 심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는 각자가 다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강하게 회피하려는 사람들과 문화가 있는 반면, 불확실한 미래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확실성에 대하여 불안감이 별로 없는 사람들과 문화도 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큰 문화의 사람들은 모호함과 불확정적인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당연히 공식적인 규칙을 강화하게 되고, 상식에서 벗어난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제제가 심하고, 가능한 여론의 일치를 추구합니다. 규칙, 계획, 규제, 의식 등을 강조하고, 불확실한 계획이나 투자보다는 좀 더 안정지향적인 생각과 계획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기어츠 호프스테드 Geert Hofstede는 그의 책 문화의 결과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비교 연구하여 발표했는데, 그리스, 포르투갈, 그리고 과태말라와 같은 나라가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정도가 가장 강한 나라들로 조사되었습니다.

한편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정도가 비교적 적은 나라들로서는 홍콩, 스웨덴, 영국, 등이 꼽혔습니다. 이러한 문화권의 사람들은 사람들이 보이는 불확실성에 대해서 조금 덜 불안해하며, 따라서 규칙이나 상식에서 어긋난 생각이나 행동 등에 대해서 더 큰 융통성을 보이게 됩니다. 당연히 규칙, 계획, 규제, 의식 등을 강화하기 보다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정도가 높은 문화의 사람들 보다는 좀 더 미래에 대하여 느긋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문화의 차이는 소통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경우, 불확실성을 가능한 피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오래 생각하고, 모든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상황들을 다 따져 보고, 가장 안정적이고 위험이 적은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선택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런 경우 새로운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실패할 확률이 줄어드는 반면 프로젝트의 규모나 범위 그리고 예상 이익 등에서 많은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소극적이고, 느리고, 비전이 없는 사업이나 프로젝트로 보일 것이며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라고 하는 공동체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회피가 강한 사람은 때때로 믿음이 적은 사람으로 오해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회피가 적은 사람들은 좀 더 수용적이고, 잠재적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고, 빠르고 진취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은 때로 신중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야심이 크고, 현실을 보지 못하는 이상주의자처럼 판단되기도 합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문화의 차이가 어떤 생각과 판단과 행동의 차이를 낳는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의논하고 계획할 때, 내가 느끼는 불안감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불안감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견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비전이 없고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또는 정반대로 현실에 뿌리박지 못한 허황된 인간으로 매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정도가 큰 사람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그리고 그 정도가 작은 사람은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사람으로 서로 인정하려고 할 때, 아름다운 소통과 화합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