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풍속 300㎞ 육박 강풍 동반 역대급 폭풍우
플로리다·캐롤라이나 강제대피령
최고등급인 5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시속 300㎞에 육박하는 강풍과 폭우를 몰고 카리브해 바하마를 강타했다.
미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도리안은 1일 오후 바하마의 아바코섬과 그레이트아바코섬에 차례로 상륙했다. 도리안은 이날 오후 12시40분쯤 최대풍속 297㎞(185마일)/h의 강풍을 동반한 채 아바코섬의 엘보 케이에 상륙했으며 오후 2시쯤 인근 마시 하버로 진격했다. 도리안의 위력에 직접 노출된 바하마 제도 북부 섬들은 쑥대밭이 됐다. 엘보 케이, 매노워, 마시 하버 등 도리안이 상륙한 지역에선 폭우와 강풍에 건물이 파손되거나 물에 잠기는 피해가 속출했다고 지역 의용소방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렸다. 보트와 각종 집기가 침수된 주거지역까지 밀려드는가 하면, 건물 지붕이 뜯겨 나가고 자동차가 뒤집히는 등 곳곳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강풍에 전신주가 쓰러지며 전력 공급이 중단돼 수백여명의 주민이 학교와 교회 등으로 대피했다. 일부 대피소마저 전력이 끊겨 주민들은 암흑 속에서 공포에 떨었다.
전력과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되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BBC가 보도했다. 바하마 일부 저지대는 섬이 완전히 침수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일어날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 물 ‘폭탄’에 거리에 물이 차오르면서 아바코섬 일부 지역에선 길이 시작되는 지점과 바다를 구분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NHC는 1일 밤 아바코의 수위가 최고 7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CNN 등 언론은 도리안이 ‘역대급(historical) 폭풍우’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날 도리안의 최고 풍속을 시속 295㎞로 측정하고, 역대 육지를 강타한 대서양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것들과 동급이라고 보도했다. 2005년 허리케인 윌마, 1988년 길버트, 그리고 허리케인 이름을 붙이기 전인 1935년 노동절에 강타한 허리케인까지 지금까지 세 차례 최고 시속 295㎞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했다. 유일하게 이보다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1980년의 앨런은 미 본토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진행 경로에 있는 바하마가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미 본토도 도리안이 가까이 다가오자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현재 도리안은 시속 11㎞의 속도로 느리게 북상 중이다. 1일 밤에서 2일 오전 사이 그랜드바하마섬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경로상 도리안은 바하마를 지난 뒤 북동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어 미국 남동부 해안을 따라 올라갈 전망이다. 미 당국은 이 허리케인의 중심부가 미국을 지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해안가 지역에선 강력한 폭풍과 해일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남동부 플로리다와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 등은 도리안이 몰고 올 강풍과 폭우에 대비해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일 83만명에 이르는 해안가 주민 전원에게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대피령은 2일 정오부터 발효되며, 주 경찰은 이 시간 이후 주요 해안가 고속도로를 통제해 피해가 예상되는 해안가로의 접근을 막을 방침이다. 맥매스터 주지사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모두를 살릴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바코, 그랜드 바하마, 비미니로 가는 공항을 모두 폐쇄했다. 케빈 해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 대변인은 주민 7만3천명, 2만1천가구가 영향권에 들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도리안이 플로리다에 근접하거나 상륙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인명을 위협하는 폭풍 해일과 강풍이 있을 수 있다. 계속 대비하고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플로리다 유명 휴양지인 팜비치도 1일 오후 1시를 기해 동부 지역 일부에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홍수 위험이 있는 저지대 지역과 이동식 주택, 기준치에 못 미치는 주택 거주자 등이 대상자다. 기상당국은 도리안이 시속 7㎞로 서쪽을 향해 이동 중이라며 2일 밤 허리케인이 “모든 분노”를 품은 채 그랜드 바하마 섬을 지날 것으로 예상했다. 허리케인 예상 경로에 포함된 바하마의 다른 작은 섬들에선 호텔들이 문을 닫았으며, 주민들은 배를 대절해 인근의 더 큰 섬으로 이동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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