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와 소통 16: 소통의 규칙(2)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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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목사(다솜교회 담임)

소통에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은 문화적인 배경을 가집니다. 타이밍은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고, 권력은 타이밍의 기술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는 경우에도 타이밍을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음치 다음에 노래를 하면 노래를 썩 잘하지 못해도 가수처럼 들릴 때가 있는 반면, 엄청나게 노래를 잘 하는 사람 다음에 노래를 하면 잘 하고도 음치로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랑을 고백하거나, 선물을 주거나, 부모님께 용돈을 요청하는 일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기회를 놓쳤다’는 말은 종종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도 타이밍은 아주 중요합니다. 심지어 ‘소통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타이밍이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똑 같은 일을 가지고 상사에게 결제를 받으러 가는 경우에도 어떤 날은 쉽게 결제를 받아오는 반면, 어떤 날은 좀처럼 허락을 받기가 어려운 날이 있습니다. 타이밍의 문제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런데 소통의 타이밍은 문화마다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의 타이밍을 생각해 봅시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 사람들은 빨리 비즈니스에 착수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 사람들은 보통 빨리 일을 끝마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이런 욕망은 영어에 “Just get me the bottom line” 라는 관용구를 만들어 냈습니다. 매우 자주 쓰이는 이 관용구는 “내게 결론을 말해주세요” 라는 뜻입니다. 말을 돌리지 말고, 빨리 마지막 카드를 보여주고 비즈니스를 성사시키자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아시아 국가나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무례한 행동으로 보이며, 이런 태도를 가지면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비즈니스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시간 동안의 식사와 사교적 모임을 거쳐야만 한답니다. 사교적 모임을 하고 난 이후, 마지막 몇 분 동안에 중요한 비즈니스가 행해진다고 합니다. 한국 문화에서는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려면 1차 2차 3차까지 접대가 이루어지고, 그 이후에야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제가 자주 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성도들의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너무 빨리 결론을 내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소통이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또 때로는 결론을 맺어야만 하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일을 그르치는 실수도 하게 됩니다.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설득하려고 대화에 감정이 너무 많이 이입되는 경우에도 효과적인 소통에 실패하는 것을 경험합니다.

사람마다 문화마다 소통의 타이밍이 다른 것을 기억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듯 합니다. 때로는 대화 상대의 문화를 배려하여 천천히 기다리는 여유가 그리고 때로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화를 전개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타이밍만 잘 맞춰도 소통의 실력이 한 단계 상승할 것입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멜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전3:7)” 라는 성경의 교훈을 늘 마음에 두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