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경찰관 총격으로 숨진 또다른 용의자 가족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로널드 존슨의 어머니 도로시 홈즈(중앙)가 마이클 오펜하이머(우) 변호사와 함께 CNN방송에 출연해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CNN>
시카고시 경찰 소속 백인 경관이 흑인 10대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에게 무려 16발의 총격을 가해 사살한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돼 큰 충격과 함께 사건의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또다른 용의자 가족이 현장 동영상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일 시카고 트리뷴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작년 10월 시카고시 남부에서 경찰 총격을 받고 사망한 흑인 용의자 로널드 존손(25)의 가족이 경찰에 의한 사건 현장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동영상 공개를 통한 사실 규명 노력을 펼치고 있다. 존슨 사건은 맥도널드가 백인 경관의 총탄 세례를 받고 사망하기 일주일 전에 발생했다. 경범죄 전과가 있는 존슨은 총기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추격을 받던 중 5발의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은 “생명에 위협을 느껴 발포했다”며 “추격을 받던 존슨이 갑자기 뒤로 돌아서 총을 겨눴다. 현장에서 총기를 수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경찰차 블랙박스에 잡힌 동영상을 통해 존슨이 비무장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존슨은 맨손으로 전력질주해 달아나다가 등에 총을 맞았다”면서 “경찰이 거짓 혐의를 씌우기 위해 현장에 총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뻔한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마이클 오펜하이머 변호사는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을 상대로 인권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고 동영상 공개를 요구했으나, 시카고시와 경찰이 이를 막았다”면서 “정보공개법 소송을 통해 법원이 변호인단에게만 제한된 공개를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카고시 당국이 또다른 비무장 흑인 용의자를 과잉 진압한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면서 “동영상이 일반에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펜하이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맥도널드 사례와 너무나 유사하다며 “경찰은 현장 도착 직후, 용의자가 멀어지는 상황에서 총격을 가했다. 그리고 경찰차 블랙박스 동영상에 말소리가 사라지고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격자 가운데 검찰의 접촉을 받은 사람이 단 1명도 없었다”면서 “검·경의 사건 조작과 시당국의 은폐 의혹이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데 어떻게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시카고시 당국은 동영상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카고시가 속한 쿡카운티의 아니타 알바레즈 검사장은 사건 발생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존슨을 사살한 조지 헤르난데스 경관을 기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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