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여 가족 부정입학 도왔다” 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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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명문대 입시 비리, 50명 기소는 빙산의 일각

연루자 추가 수사에 촉각 “진짜 희생자는 일반 학생”

총 수천만 달러의 뇌물이 오간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명문대학 입시부정 비리 사건으로 미국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이번 스캔들의 주모자인 입시 컨설턴트 윌리엄 릭 싱어(58, 사진)가 모두 수백명의 부정입학을 도왔다는 정황이 나왔다.

이번 사건으로 지금까지 50명이 기소된 가운데 향후 추가 수사결과에 따라 훨씬 더 많은 부유층 학부모들이 입시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파문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비리규모 수십배?

13일 NBC 방송은 이번 스캔들에 대한 수사자료를 인용해 싱어가 지금까지 총 761 가족의 부정입학을 도와줬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연방수사국(FBI)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싱어의 통화내용에 따르면 그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도록 도와줬다. 모두 761 가족이 옆문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편의를 봐줬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전날 매사추세츠주 연방 검찰과 FBI가 발표한 입시비리 수사결과에는 모두 33명의 학부모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보다 20배 이상 많은 숫자다.

NBC는 사기, 공갈, 돈세탁, 사법방해 등 여러 혐의가 적용된 싱어에게 모두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6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정입학 천태만상

이번 스캔들에서 드러난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 등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과 일부 대입 컨설턴트의 거침 없는 불법 행위는 그동안 기부입학 등 부유층 자녀들이 누려온 혜택을 곱지 않게 바라봐 온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축구팀에서 뛰어본 적이 없는 한 여학생이 120만 달러에 ‘스타 축구선수’로 둔갑해 명문 예일대에 체육특기생으로 합격하고, 학습장애가 있는 것처럼 속여 SAT 특별시험장에서 일반 수험생보다 더 오래 시험을 치른 한 고교생은 시험감독관이 이 수험생이 써낸 답을 나중에 정답으로 바꿔치기한 덕분에 USC에 합격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수법은 부유층 자제들을 체육특기생으로 위장하는 일이었다. 싱어는 일명 ‘열쇠’(The Key)라고 불리는 자신의 컨설팅업체와 비영리재단을 활용해 학부모들이 준 돈을 세탁한 뒤 예일대와 USC, UCLA, 스탠포드대, 조지타운대, 텍사스대의 각 종목 감독과 행정당국자 등에게 뇌물로 건넸다고 연방 검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싱어는 해당 수험생들의 소속팀과 수상 경력을 지어내는 등 프로필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험생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 것처럼 사진을 위조하거나,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진짜 운동선수의 사진에 수험생 얼굴을 합성하기까지 했다.

■해당 학생들은 어떻게 되나

이번 스캔들과 관련, 뇌물을 주고 부정입학을 시킨 학부모들의 자녀들에게 향후 어떤 조치가 내려질 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13일 AOL 닷컴 등은 해당 학생들이 비리의 당사자가 아니고 비리가 저질러진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해 이들이 학교에서 퇴출될 지 여부를 속단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학생들이 그들의 부모가 저지른 입시비리에 대해 인지하고 적극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퇴학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각 대학들이 자체 조사를 거쳐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달려 있다고 AOL 닷컴은 전망했다.

■파장은

이번 입시 스캔들은 너무나 경쟁이 치열하고 살인적인 대학 입시 탓에 일부 학부모가 부정행위의 유혹에 빠져드는 과정을 부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진단했다.

그러나 부유층 학부모들의 이같은 입시 부정은 성실히 입시를 준비한 다른 학생들을 희생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크다. 앤드루 랠링 연방검사는 “이 사건의 진짜 희생자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에 전국적으로 200명이 넘는 요원을 투입해 50명을 기소한 수사당국은 앞으로 수사를 확대해 연루자들을 추가로 색출할 것이라고 밝혔다.<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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