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변호사(법무법인 미래/시카고)
제대를 앞둔 군인들은 종종 생각도 하기 싫은 꿈을 꿉니다. 국방부 벽에 걸린 시계의 바늘이 멈춘걸 보고선 가위눌려 잠에서 깨는 것이죠. 예로부터 국방부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시계를 거꾸로 매단다고 해서 시침과 분침이 돌아가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말의 논리성을 따질 것도 없이 군대경험있는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이 되는 상황인지라 힘겨운 현실도 결국은 끝이 있다는 희망을 담아 종종 쓰입니다. 만약 미국 이민국에 비슷한 벽시계가 있다면 이번에는 정반대로 어떻게 하면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까 고민하는 경우와 관련이 있습니다. 가족초청이민 후순위나 취업이민 3순위로 영주권신청을 해놓고 우선일자를 기다리는 분들은 동반자녀들이 이른바 ‘Age out’ 규정에 걸려 영주권을 받지 못할까 염려하게 됩니다. 즉, 영주권 대기기간이 너무 오래여서, 초청단계에서는 이민법의 미성년자 기준인 만21세 미만으로서 동반하여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을 자녀들이, 도중에 21 세가 넘어 부모와 함께 영주권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이러한 걱정대로, 이민청원서(I-130) 접수시점이나 영주권신청서(I-485) 접수시점의 나이가 아닌, 영주권을 최종적으로 받게 되는 인터뷰날에 자녀가21 세가 넘으면 영주권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속출하였습니다. 이민국은 이러한 결과가 가져오는 가족간 생이별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2002년 8월부터 아동신분보호법(Child Status Protection Act)을 시행하여 일정한 계산 방식에 따라 21 세가 넘어도 부모와 함께 영주권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동반자녀의 영주권을 위해서는 첫째 아동신분보호법상 나이가 21세 미만이어야 하고, 둘째 영주권문호가 오픈된 날로부터 1년이내에 영주권을 신청해야 합니다. 결국 아동신분보호법상 21세 미만이라고 할 때의 자녀의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이 문제인데, 이민국은 “영주권문호가 열릴 당시 자녀의 실제 나이-(이민청원서의 승인일자-청원서의 접수일자) =동반자녀의 아동보호법상의 자격나이”라는 공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이민청원서를 접수한 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이나 문호를 기다리는 동안, 이민국의 시계는 멈춘 것으로 봐주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시민권자의 직계동반자녀도 혜택을 입는데, 이민법상 동반자녀로 분류될 수 있는 나이 결정일을 이민청원서(I-130)를 이민국에 접수하는 시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 21세가 되기 전에 이민국에 I-130을 접수했다면, 영주권 신청서(I-485)에 대한 승인이 실제21세를 넘어가더라도 시민권자의 미성년자녀로서 영주권을 바로 받게 됩니다. 가족초청 후순위의 경우는 이민비자발급이 가능한 날, 즉 이민청원서를 이민국에 제출하고 기다리다가 우선일자가 되어서 영주권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날을 기준으로 하므로 큰 혜택이 있습니다.
취업이민의 경우는 현재 모든 영주권문호가 열려 있기 때문에 취업이민 청원서(I-140, I-360, I-526) 의 승인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미성년 여부가 결정되는데 시민권자 미성년자녀의 경우과 같이 몇 개월 안되는 청원서의 심사기간 역시 공제해 줍니다. 따라서 아무리 영주권 절차가 인터뷰할때까지 1~2년이 걸리더라도 영주권신청서를 접수한 뒤에 만 21세를 초과하는 것은 대부분 문제가 없습니다.
그나저나 요즘은 이민국시계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뒤로 그냥 넘어갈수는 없는지 헛된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대통령이 수시로 반이민정책 추진을 공언하고 있어 걱정스런 의뢰인들에게 설명하느라 변호사들도 어려움을 꽤나 겪습니다. 하여 제대 앞둔 군인들마냥 이민국시계 바늘을 앞으로 돌리고 싶습니다만, 허황된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어느덧 바늘이 얼마남지 않은 2019년도, 독자 여러분께 안부 인사로 대신합니다.(847-297-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