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변호사(법무법인 미래/시카고)
요며칠 듣기에 무시무시한 반이민정책들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민국이 재원부족으로 인력을 대폭 감축한다는 것인데 현실화한다면 이민심사가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 우려됩니다. 6월 중순부터 직원의 4분의 3에 달하는 1만5000명 가량을 대상으로 인력감축을 통보할 계획이며 우선 무급휴직이 30일간 시행되며 30일 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연장될 것으로 전해집니다. 코로나 탓에 이민 신청 등 관련업무가 급감하면서 신청수수료를 재원으로 하는 USCIS가 타격을 받게 된 탓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사실 이민자로서는 좀 억울한데, 이민절차를 사실상 두달정도 정지하도록 해두니 신청비가 적게 들어간 것인데, 이제 조금 상황이 나아지고 지역이민국도 열어서 일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그동안의 수입감소를 이유로 앞으로 일할 사람들을 많게는 75%나 줄인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핑계로 또 이민국 신청비를 대폭 올리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죠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직전에 발표를 예고했던 H-1B, OPT, J-1 등 비이민비자(non-immigrant visa) 의 중단에 대한 새로운 행정명령이 정치 상황상 시행이 연기되다가 지난 며칠째 군불을 떼며 발표될 기미가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신문이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위기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명분으로 취업비자를 축소하는 조치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 그것입니다. 신문은 행정부 내부 관료의 말을 인용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과 국토안보부 등이 논의한 권고안을 이르면 6월 중순 늦어도 6월 안에는 최종 승인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와 대학가 등에서는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기에 백악관을 향해 로비를 벌이며 현재 물밑에서 줄다리기가 치열합니다. 과연 새로운 행정명령에 얼마나 많은 반이민 정책이 포함될지 주목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근본적으로, 사방으로 곤경에 처한 현정부가 외부의 적을 만들어 국민의 불만을 회피하려고 하는 정치공학에 의한 것입니다. 실업률이 높아지자 사실은 큰 관련없지만 이민자가 마치 미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트럼프 치하 지난 3년동안은 불법이민자와 해외입국자 축소정도로 만족했다면, 이제는 코로나 사태를 역으로 이용하여 합법이민 마져도 축소하며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게 된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하다 보니, 이민국에서 흘러나오는 미확인 뉴스에도 변호사협회나 언론이 예민하게 보도하여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지난 며칠 이민게시판 등에는 미국내 일체의 합법이민절차 중단이라는 내부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질문과 해명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난 60일간 해외에서 들어오는 신규이민을 중지했던 행정명령을 확인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으로 이민변호사협회에서 공식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 신규이민중단이라는 것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막연하게 이해하는대로 미국내에서 모든 이민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미국에 들어오는 신규이민비자 발급만 잠시 중단된 것을 생각하면 실제상황보다 과장되어 부정적 정서가 만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임박한 새로운 행정명령도 이민변호사협회의 내부분석자료에 의하면, 미국내에 이미 취업비자를 받고 일하는 분들이 아니라 새회계년도로 신규로 진행하는 취업비자신청자의 미국입국만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실제효과보다는 제스쳐로서의 정치적인 목적이 많은 행정명령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중간에서 이민자분들에게 이민정책을 전달하는 이민변호사나 언론이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소년 처럼 거짓말 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세상입니다.
김영언 변호사 (법무법인 미래, ryan@mirae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