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글로벌 증세폭탄 `디지털세 직격탄’···2030년 탄소세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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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발 밸류체인 재편도 버거운데
디지털세 부과 등 무방비 노출
미 법인세 인상 움직임도 치명적
“조세 패러다임 변화···대책 절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호주에서 버려지는 갈탄에서 수소를 추출해 액화수소로 만들어 일본으로 수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품질 석탄인 갈탄이 호주 빅토리아주에 매립돼 있는데 여기서 얻은 수소를 일본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따른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대체에너지를 찾고 새로운 먹거리도 창출하는 셈이다.

미중 갈등에 더해 디지털세·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증세 논의에 불이 붙으며 국내 다국적·수출 기업들이 전방위 세부담 증가에 떨고 있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며 단행한 천문학적 재정지출의 후폭풍이 우리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인데 선거 여파 등에 휩싸인 우리 정부는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 기업들의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글로벌 다국적기업이 매출 발생 국가에서 세금을 내게 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디지털세 도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디지털세를 내야 할 기업들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삼성이나 LG·현대차 등 해외 사업 비중이 큰 국내 대기업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미국은 아울러 세계 각국의 경쟁적 법인세 인하에 제동을 걸고 상당히 높은 수준의 최저세율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더해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EU)과의 공조를 통해 탄소국경세 도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각종 글로벌 증세 공포에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탄소국경세는 석유화학·철강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오는 2023년부터 도입하려는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제품에 일종의 페널티 성격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규제다.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도 ‘유럽식 탄소국경세’ 도입을 공약한 만큼 미국이나 유럽이 주요 수출 시장인 우리 기업들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언스트앤영(EY)한영에 따르면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당장 2023년 한국 기업들이 미국·중국·EU에 6,100억 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에는 1조 8,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배출 부담이 큰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시작되고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유정준 SK E&S 부회장은 “탄소 중립, 에너지 대전환 시기에 걸맞은 대대적인 에너지 정책 설계 작업(Grand Architect)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발 글로벌 최저한세 논의도 우리 기업들에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글로벌공급망(GVC) 재편 과정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법인세 인상 논의의 한복판인 미국에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국제적인 법인세 하한선을 설정하자고 최근 각국에 제안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21%로 내려간 법인세율을 올리면서 각국에 ‘함께 올리자’고 한 것이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부문장은 “미국에 지점(branch)이 아닌 법인·지사 형태로 진출해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당장 법인세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논의가 확대될 경우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각국이 천문학적인 재정을 풀고 있어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내년 대선 이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논의가 다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첨단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보호주의가 격화되며 국내 반도체·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 라인이 줄줄이 멈춰 서면서 자국 안에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는 미국 백악관이 소집한 ‘반도체 회의’에까지 초청을 받은 상황이다. 중국을 중간재 생산 거점으로 삼아 미국에 수출하는 형태를 취해왔던 국내 상당수 수출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경제 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산업의 분업 방식, 규범, 조세정책 등이 통째로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기”라면서 “정부가 민간의 지혜를 모아 총체적으로 산업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윤홍우·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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