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들, 첫날부터 러시아에 전쟁 종식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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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초안에 우크라 전쟁 우려 표명…단체사진 촬영은 생략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모인 17개국 정상들은 회의 첫날부터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참가국들은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상회의 선언문 초안에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정상들 “전쟁 멈춰야” 한목소리

15일(현지시간)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AF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함께 하는 회복, 보다 강한 회복'(Recover Together, Recover Stronger)을 주제로 열린 G20 정상회의 첫날 회의에서 의장국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개막 연설을 통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의장국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개막 연설부터 전쟁 종식을 촉구하며 러시아를 압박한 것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세계를 분열시켜서는 안 되며 또 다른 냉전에 빠지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지금이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무기로 위협하고 있다며 “핵무기 협박에는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이 점을 분명히 해준 G19(러시아를 제외한 G20)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할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발리를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호텔에 머물며 그의 연설을 듣지 않았다.
그동안 러시아 압박에 동참하지 않던 중국과 인도 역시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시진핑 주석은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던 러시아를 겨냥해 모든 상황에서 핵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휴전과 외교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공동선언 초안에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담겨

이번 회의의 가장 큰 관심은 G20 정상들이 마음을 모아 공동선언을 채택할 수 있을지다.
많은 전문가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공동선언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고 싶어하지만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과 인도 등이 이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대표를 포함한 G20 국가 협상 대표들이 정상회의 종료 후 발표될 공동선언문 초안에 합의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dpa통신과 로이터 통신은 선언문 초안을 입수했다며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비난하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이 같은 선언문 초안을 승인한 것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러시아가 G20 내에서 강력한 우방인 중국의 지지에 더는 기댈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dpa통신은 분석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초안에 “현 상황과 제재에 대해 다른 시각과 평가가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며 선언문이 아직 최종적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이 공동 선언문을 정치화한다며 “이에 대해 우리는 이견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 단체사진 촬영 없어…캄보디아 총리 코로나19 양성에 각국 긴장

이날 회의는 오전에는 식량·에너지 안보, 오후에는 보건 부문을 의제로 놓고 진행됐다.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디지털 전환을 의제로 삼을 예정이다.
정상들은 이날 오전 회의 후 업무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대다수 정상은 재킷은 벗어둔 채 셔츠 차림으로 오찬장으로 이동, 점심을 함께 했다.
오찬에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자리를 같이했다. 이 자리에서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기간 한 달 동안이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임시 휴전에 들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회의 후 진행된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 만찬 행사에는 많은 정상이 인도네시아의 전통 의상인 바틱을 입고 배우자와 함께 등장했다. 환영 만찬에는 인도네시아 전통 공연 등이 이어졌다.
다만 이날 회의에는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개막에 맞춰 단체 사진을 찍는 것이 G20 정상회의의 전통이지만 이번 회의에는 모두 러시아 대표와 거리를 두려고 해 단체 사진 촬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편 이번 회의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 자격으로 참석한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이날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며 캄보디아로 귀국했다.
훈센 총리는 발리에서는 공식 행사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1∼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들과 접촉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훈센 총리와 악수하기도 했다.
다만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오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청와대도 윤 대통령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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