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유럽 전이’…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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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은행 CS로 불똥 번져…SVB 두배 규모로 리스크 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불똥이 스위스 대표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로 번지면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소형 은행에 그쳤지만 유럽에서는 주요 은행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제기돼 현실화할 할 경우 시장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5일 뉴욕증시에서 CS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0.35달러(13.94%) 하락한 2.1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스위스 은행이지만 미국 증시에도 상장돼 있는 CS는 앞서 14일 유럽 시장에서 24.2% 폭락하면서 이날의 부진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CS의 폭락은 이날 미국 은행주 전반을 끌어내렸다. 선두 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가 4.72% 하락했고 씨티(-5,44%), 웰스파고(-3.29%), 뱅크오브아메리카(-0.94%) 등 대형 은행들 모두 부진을 면치못했다. 지난 10일 SVB 파산 이후 당국의 빠른 진화로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다시 추락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CS 사우디 투자 불가 선언에 충격

CS가 크게 흔들린 것은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SNB)의 추가 자금 지원 불가 방침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아마르 알 쿠다이리 SNB 회장은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CS에 대한 추가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스위스 2대 은행인 CS는 2021년 대규모 투자 실패로 위기에 빠졌다가 지난해 11월 SNB의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아직 위태로운 상황에서 SNB의 이번 선언은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CS가 정말 파산할 경우 충격이 SVB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CS는 스위스의 2대 은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5,800억달러로 SVB보다 두배 이상 큰 규모다. 금융 산업이 주요 먹거리인 스위스 특성상 CS가 자국이 아니라 미국 등 해외 무대에서 주로 활동해온 것도 위기 시 피해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유럽발 CS 파산사태는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 등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필요하다면 CS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문제 확산을 막기 위해 애를 쓰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나 우려

더 큰 문제는 금융 불안전성이 다음에 어디로 번져나갈지 예상이 힘들다는 점이다. SVB에 이어 파산 공포가 유럽으로 번져가면서 다음 위기는 어디서 터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마켓워치와 인터뷰한 투자자문사 타오오브투레이딩의 사이먼 리 대표는 “이제 시장은 다음이 누구인지를 궁금해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은행의 이례적인 파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우려했다.

시장 충격에 이날 주가도 급락했다. 은행주를 중심으로 큰 폭 하락이 나타나면서 다우존스지수는 전일보다 280.83포인트(0.87%) 내린 3만1,874.57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0.7%(27.36포인트) 하락한 3,891.93을 기록했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장중 1%대 하락을 딛고 다시 올라 장 마감에는 0.05%(5.9포인트) 오른 1만1,434.05에 장을 마쳤다. 특히 이날 국제유가가 위험자산 회피심리에 급락하면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67.61달러에 마감해 16개월만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