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앤윕 김수우 대표) 과학의 차가운 머리와 예술의 뜨거운 심장이 만나다.

157
㈜맥앤윕 김수우 대표

‘테크아트(Tech-Art)’의 새로운 르네상스 : 위대한 2%의 기적을 만드는 여전사, ㈜맥앤윕 김수우 대표를 만나다

지난 29일, 대전 유성구 탑립동에 위치한 ㈜맥앤윕 사옥을 찾았다. 과학도시 대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마주한 5층 건물은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기업가가 30년 세월을 바쳐 쌓아 올린 투쟁의 기록이자 다가올 미래를 향해 던지는 거대한 승부수처럼 느껴졌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빛 겨울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김수우 대표의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성공한 CEO의 여유로움보다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믿는 개척자의 결기를 품고 있었다. 인터뷰는 시종일관 뜨거웠고 때로는 날카로웠으며, 끝내 가슴 뭉클한 인간미로 귀결되었다. 과학과 예술, 이성과 감성, 그리고 돈과 가치 사이에서 치열하게 줄타기를 하며 ‘지-아티언스(G-Artience)’라는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 낸 그녀의 이야기를 신선하고 혁신적이었다.

30년의 질주, 그리고 ‘부자 선언’의 진정한 의미

김수우 대표는 내년 1월 11일이면 창업 만 30주년을 맞는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시간 동안 그녀는 쉼 없이 달렸다. 그녀에게 꿈을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비범하다. 많은 이들이 ‘가족의 행복’이나 ‘편안한 노후’를 막연히 꿈꿀 때 그녀는 20년 전부터 인생의 4가지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경제적인 목표요? 구체적이었죠. 현금 60억 원,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살 수 있을 만한 30억 원짜리 집, 그리고 죽을 때까지 매달 나오는 연금 1,000만 원. 이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속물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이 숫자들이 김 대표의 입을 통해 나오면 묘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녀는 사장은 돈을 벌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 강조한다.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7~8년 전, 현금과 집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내년부터 남편과 합쳐 충분하다고 만족할 만한 연금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가 말하는 ‘부자’의 정의는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니다. “60억 원이 있는데 쓰지 못해서 이자가 붙어 돈이 불어나는 건 부자가 아닙니다. 부자는 쓸 줄 알아야 부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부터 ‘부자 선언’을 할 겁니다. 나는 부자다, 그러니 이제 베풀며 살겠다고 선포하는 것이죠.”

맥앤윕 김수우 대표(사진 왼쪽)와 본지 특파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편의 ‘로망’이 깨운 새로운 소명, “나는 내일 죽어도 오늘 일하겠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후,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은퇴 후의 삶을 묻는 그녀에게 남편은 제주의 별장에서 골프와 낚시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말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로망’이다. 하지만 김수우 대표에게 그 말은 충격이었다.

“너무 한심하게 들렸어요(웃음). 내일 죽을 수도 있는데 오늘 골프 치다가 죽고 싶진 않았습니다. 시부모님과 치매 앓으신 시할머니까지 모시며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무가치하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내 돈을 흥청망청 쓰다가 죽는 것은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소박한 꿈은 역설적으로 김 대표에게 거대한 자극제가 되었다. “내일 죽을 날짜를 받아놓더라도, 오늘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해놓고 죽겠다.” 그 결심이 바로 지식재산(IP) 전문 뉴스 ‘WIP-News’의 창간과 지금의 ‘지-아티언스’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었다.

사람 냄새나는 건물주, “내 새끼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다”

인터뷰가 진행된 맥앤윕 사옥은 그녀의 철학이 집대성된 공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재비가 3배나 폭등하고, 금리가 치솟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녀는 대출 1원 없이 전액 현금으로 이 건물을 완공했다. 이 과정에서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다. PF 대출의 불합리함과 18%에 달하는 살인적인 이자율에 굴복하지 않고, 그녀는 오로지 땀으로 번 돈으로 기적을 세웠다.

더 놀라운 것은 건물을 완공한 이후의 운영 방식이다. 1층의 식당과 편의점, 카페는 임대료가 없다. 인테리어 비용까지 직접 부담하고, 보증금과 관리비도 받지 않는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은 30년 가까이 함께해온 지인들이고 김 대표는 이들을 스스럼없이 “내 새끼”라 부른다.

“그 자리에 돈이 되는 업종을 들일 수도 있었죠. 하지만 그러면 우리 직원들과 입주사 사람들이 매일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없잖아요. 제가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내 사람들이 따뜻한 한 끼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녀의 공간은 ‘갑질’이라는 단어가 들어설 틈이 없는 곳이다. 다른 건물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예술가에게는 연습 공간을 내주고, 오래 알고 지낸 후배와 지인, 직원들에게는 보증금 없이 감당 가능한 수준의 월세로 공간을 내어준다. 심지어 일부 공간은 임대료와 관리비조차 받지 않는다.

수십 채에 이르는 부동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공실이 없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공간을 자산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김수우 대표에게 건물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그녀가 쌓아 올린 것은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신뢰와 관계, 그리고 오래 지속되는 ‘상생’의 구조였다.

커피 2%의 미학, ‘지-아티언스(G-Artience)’의 탄생

그녀가 현재 인생을 걸고 추진 중인 ‘지-아티언스’는 과학(Science)과 예술(Art)의 융합 플랫폼이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꺼냈을 때, 친구조차 “미친짓”이라며 만류했다. 과학자와 예술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든 존재들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배재대 임대영 교수의 한마디가 그녀를 움직였다. “김 대표, 커피 한 잔에 커피 원두는 2%밖에 안 들어가. 나머지는 98%가 물이야. 하지만 우리는 이걸 물이라 안 하고 커피라 부르지. 바닷물도 3%의 소금 때문에 썩지 않아. 그 2%면 충분해.”

김 대표는 무릎을 쳤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지식과 재능의 딱 2%만 사회를 위해 기여한다면?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렇게 ‘Great’한 사람들의 모임, ‘G-Artience’가 탄생했다.

대전, 과학수도를 넘어 ‘글로벌 테크아트 허브’로: 관료주의를 뚫고 쏘아 올린 혁신의 신호탄

김수우 대표가 던진 승부수는 단호하고 선명하다. 그녀는 ‘아트테크(Art-Tech)’라는 익숙한 조류를 거부하고, ‘테크아트(TechArt)’라는 새로운 깃발을 꽂았다. 이는 단순한 단어의 유희가 아니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의 후발주자로 안주하기보다, 기술이 예술의 영혼을 입고 시민의 구체적인 경험으로 확장되는 ‘초격차’ 브랜드를 선점하겠다는 고도의 경영 전략이자 선전포고다.

“이제 시대의 문법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단순한 기술의 시대를 넘어 의미의 시대로, 산업에서 문화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죠. 대전은 카이스트와 에트리(ETRI)라는 세계 최고의 R&D 두뇌를 가졌지만, 정작 그 뜨거운 기술이 시민들의 일상과는 괴리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진단은 뼈아프지만 정확했다. 기술이 숫자에 머물지 않고 감동으로 치환될 때, 도시는 비로소 위대한 생명력을 얻는다. 그녀에게 테크아트는 AI 시대의 거친 파고를 넘을 가장 확실한 국가 생존 전략이자 미래 도시의 핵심 인프라다.

이 거대한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김 대표는 기꺼이 ‘광야의 개척자’를 자처했다. 관료주의의 높고 단단한 벽에 맨몸으로 부딪치며 길을 열었다. 대전 유성구와 서구에서는 테크아트 관련 포럼과 토론회가 잇따라 개최됐고, 유성구에서는 테크아트 진흥과 거버넌스 협의체 구성을 골자로 한 조례가 통과됐다. 또한 국회 토론회장을 누비며 ‘글로벌 테크아트 허브’를 이재명 정부의 대전 지역 7대 국정 과제로 안착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책상 위의 공허한 담론을 치열한 현장의 혁신으로 바꿔낸 그녀의 무서운 뚝심 덕분에, 과학 수도 대전은 이제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세계적인 문화의 심장으로 다시 뛰고 있다.

2025 지아티언스, 기술과 예술이 빚어낸 전율의 순간

지난해 12월, 대전에서 열린 ‘G-Artience 2025’는 이러한 그녀의 비전이 현실화된 무대였다. 24개국에서 2,121명이 참여한 이 행사의 오프닝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75m 길이의 LED 무대 위에서는 AI로 구현된 김구 선생이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는 문화강국의 꿈을 낭독했다. 이어 장애인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엔젤로보틱스’의 M20을 착용한 무용가가, AI로 구현된 전 세계인들과 함께 소고춤을 추는 퍼포먼스 ‘융합의 서곡’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과학기술이 인간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5m 크기의 아바타들이 문을 열고 등장해 내빈을 소개했고, 행사 진행 전반을 AI와 아바타가 맡았죠. 이광형 KAIST 총장의 아바타는 랩으로 축사를 대신했고, 박성준·황정아 국회의원 역시 딱딱한 축사 대신 30초 분량의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여주고자 한 미래의 풍경입니다.”

스크린 골프처럼, 예술을 일상으로 ‘아트 큐브’

김 대표의 시선은 이제 ‘아트 큐브’로 향한다. 그녀는 이를 ‘스크린 골프 전략’이라 부른다. 스크린 골프가 골프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대중화시켰듯, 8m x 8m 크기의 모듈형 공연장인 ‘아트 큐브’를 도심 곳곳에 설치해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예술가들이 1년에 한 번 공연하려고 3개월을 고생합니다. 하지만 아트 큐브가 커피숍이나 빵집에 들어서면, 시민들은 커피 한 잔 값으로 수준 높은 미디어 아트와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에게는 일자리를 시민들에게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는 것이죠. 이것이 1,000개만 생겨도 예술가 일자리 4,000개가 만들어집니다.”

더 나아가 그녀는 이를 한국형 수출 모델로 키울 생각이다. 하드웨어인 큐브와 그 안을 채울 K-콘텐츠, 그리고 예술가들의 IP를 전 세계로 수출하는 것이다.

미주 한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경계에 서는 것을 두려워 마라”

그녀에게 시카고와 미주 한인 사회를 위한 메시지를 부탁했다. 김수우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는 늘 경계인으로 살아갑니다. 저 역시 사장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였고, 이제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이민 사회를 살아가는 동포 여러분도 두 문화의 경계에 계시겠죠. 하지만 그 경계야말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가장 역동적인 지점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가진 2%의 다름이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인 힌트가 될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맥앤윕 사옥 1층 식당에서는 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게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차가운 기술이나 화려한 예술보다 더 진한 ‘사람의 온기’였다. 김수우 대표가 꿈꾸는 미래가 결코 차가운 금속성의 AI 세상이 아님을, 그 밥 냄새가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의 2%가 만들어낼 거대한 파도를 기대해 본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