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셧다운 9일째…트럼프 “민주당 사업 예산만 자르겠다”

9
트럼프 대통령_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공화·민주 대치로 임시예산안 또 부결…교착 장기화 가능성 고개
공화, 셧다운 역풍 경계…NYT “트럼프에 대한 분노가 민주당의 저항 동력”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여야 대치로 의회의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연방정부가 일부 기능을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9일(현지시간) 계속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부 사업부터 예산을 줄이겠다고 위협하며 강경 기조를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극좌 미치광이들”이 정부를 셧다운했다면서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의회 민주당이 연방정부 전체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의회가 지난 10월 1일 시작된 2026회계연도 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필수 기능을 제외한 정부 업무를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9일째 진행되고 있다.

이에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부 운영을 단기간 재개하는 데 필요한 지출법안인 임시예산안을 일단 처리하고 2026회계연도 예산 협상을 계속하려고 하지만 입장차가 커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셧다운이 길어지면 일부 정부 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연방 공무원을 대거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영구적인 삭감을 할 것이며 우리는 민주당의 프로그램만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공화당에서 인기가 없지만 민주당에서 인기가 많은 어떤 프로그램들을 삭감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걸(셧다운) 원했으니 우리는 그대로 돌려주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협박이 얼마나 실제로 이뤄질지, 어느 정도가 협상 전략인지는 불확실하다.

존 튠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대규모 공무원 해고와 취약계층 지원 사업 삭감이 이뤄질 경우 유권자로부터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최근 백악관에 자제를 당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공무원을 해고하지 않고 있으며 관세 수입을 취약계층 식량 지원 프로그램에 사용하겠다고 하는 등 공화당 지도부의 우려를 경청하는 징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발의안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두 예산안 모두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

공화당 지도부는 다시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더 나오지 않는 한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ABC뉴스는 현재로서 확실한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 예산을 둘러싼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폴리티코도 지난주 이후 추가 이탈표가 없어 의회가 돌파구 마련에 근접했다는 징후가 없다고 평가했다.

여야가 서로를 탓하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공화당은 민주당의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전날 인터뷰에서 셧다운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매일 더 좋아지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는 매일 민주당에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슈머는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정당의 당파적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공화당은 예산 규모를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클린'(clean) 임시예산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임시예산안에 공공의료보험인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 등을 넣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일단 정부 운영부터 정상화하고 쟁점 의제를 논의하자는 공화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해 쌓인 불만이 더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행정부를 거의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3월 공화당의 임시예산안 처리에 협조한 일로 인해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를 써보지도 않고 백기 투항했다는 지적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고 그가 어떤 전통적인 정치적 합의도 지키리라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확신이며, 이런 확신이 공화당과 셧다운 대결을 계속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가 법으로 정한 정부 지출을 보류하고, 미국 도시에 군대를 동원하며, 정부 권력으로 정적에 보복하고, 공격적인 이민 단속에 나선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런 극단적인 정책과 전술에 대한 민주당의 분노가 교착 상태가 길어지는 배경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