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두로 축출] “냉혹하고 교활”…베네수엘라 실권자 된 게릴라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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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우측)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좌)_[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10여년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요직을 거쳐 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게릴라의 딸이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지도자가 됐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56) 부통령은 이른바 ‘혁명가 집안’ 출신의 정치인이다.

좌익 게릴라 지도자였던 부친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는 지난 1976년 미국인 사업가 납치 사건으로 체포된 이후 구금 중 사망했다.

당시 7세였던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혁명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혁명가를 자처했던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 정계에 입문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 정권에서 고속 승진을 이어 나갔다.

정보통신부 장관과 외무장관을 거쳐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베네수엘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산업을 관장했다.

2013년 마두로 정권이 출범한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는 붕괴했고, 8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외로 이주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명품 가방과 신발을 선호하는 등 일반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취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치적 술수가 뛰어난 데다가 냉혹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정권에 대한 반대 세력 색출을 위해 쿠바 정보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친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발생한 부정선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리게스 남매가 마두로 정권의 방패로 기능했다는 것이다.

마두로 정권에서 장관을 지냈다가 현재 망명 중인 안드레스 이사라는 로드리게스 남매에 대해 “매우 교활하다”며 “그들은 가능한 한 오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된 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권력승계를 사실상 승인했다.

다만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자신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 과정에서도 노회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새로운 지도자로서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국영 TV를 통해 중계된 연설에서 “베네수엘라는 그 어떤 나라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경한 발언을 이어 나갔다.

이에 대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사람들이 TV에 출연해 특정 발언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숨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미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했지만,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루비오 장관은 “권한대행 기간에 공개적으로 말하는 내용이나 과거 행적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력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