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는 ‘친환경차 천국‘… 신차 판매의 3분의 1

4
가주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급증했다. 딜러로 공급되는 테슬라 차량들. [로이터]

3분기 전기차 판매 최고
▶ 친환경차 판매 29% 달해
▶ ‘세액공제 종료 전 사자’
▶ 일부 지역 신차판매 절반

지난 3분기 가주에서 친환경차 판매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50개 주중 친환경차 비율도 가주가 앞도적 1위다.

27일 가주 에너지위원회(CE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동안 주 전역에서 판매된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HEV)은 12만4,700여대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주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분기 기준 최대 판매 기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도입된 연방정부 차원의 세액공제가 지난 9월 말 종료되기 전 소비자들이 앞다퉈 차량 매입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세제 혜택은 고가 배터리 비용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기차 수요를 크게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었다.

실제로 3분기 가주의 신규 자동차 판매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은 29%에 달하며, 사상 최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들이 몰려 있는 샌타클라라 카운티에서는 전체 차량 판매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친환경차였으며, 오렌지카운티(36%)와 LA카운티(31%) 역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주는 미 50개 주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펴온 선도주자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시행해왔고, 이러한 주도적 행보가 미국 전역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EV 판매 확대와 충전 인프라 확충에서도 가주의 정책은 다른 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전과 같은 전기차 판매실적의 폭발적인 증가는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과 규제 완화 정책이 시장 심리를 크게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액공제 폐지뿐 아니라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운전자에게 제공되던 카풀차선 이용 특권도 사라졌다. 여기에다 가주가 2026년부터 신차 판매의 35%를 무공해차로 의무화하려 했던 규제 역시 연방정부의 권한 회수로 좌초 위기를 맞았다.

브라이언 마스 가주 신차딜러협회장은 “이번 판매 호황은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수요가 앞당겨진 측면이 크다”며 “EV는 이제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앞으로 어느 수준에서 판매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업계는 향후 친환경차 판매 둔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시 도산지 가주 오토모티브 리테일링 그룹 회장은 “소비자들은 당분간 전기차 대신 가격이 더 저렴하거나 주행거리가 긴 하이브리드, 혹은 전통 내연기관차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세액공제로 월 200달러 이상 절감되던 리스 비용이 사라진 만큼 수요의 향배를 가늠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변수는 전기차 가격과 경기 여건이다. 전기차는 여전히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5,000~1만달러가량 비싸다.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관세 부과가 차량 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고, 경기 둔화와 고용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전체 EV 판매는 상반기 부진 탓에 지난해보다 소폭 뒤처지고 있다. 더구나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각종 정치적 논란 역시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핵심은 세제 혜택이 사라진 뒤 EV가 스스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라며 “가격 안정화와 충전 인프라 확충, 경기 회복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가주의 친환경차 성공 스토리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