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고급화 전략에다
▶ EV도 가격상승 부추겨
▶ 중고차도 3만달러 육박
▶ 신차 구매 ‘그림의 떡’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과 완성차 업체들의 고급화 전략 등이 맞물리며 신차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5만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비싼 신차의 대안으로 중고차 시장에 몰리고 있지만 수요 급증으로 중고차 가격마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자동차 구매 자체가 서민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돼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자동차 정보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신차의 평균 거래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5만8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전월 대비 약 2.1% 상승, 전년 동기 대비 약 3.6% 상승한 수치다. 켈리블루북의 수석 애널리스트 에린 키팅은 “2만달러대 신차는 시장에서 사라졌고, 부유한 가정이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전기차 비중 확대 ▲완성차 업체들의 고급화 전략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관세와 비용 상승 구조가 신차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제조사들이 부품가격, 물류비, 관세 등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비중 확대도 평균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9월 신차 거래 비중의 약 11.6%가 전기차(EV)였고, 3분기 전체로 봐도 EV 판매는 43만7,487대로 시장 점유율이 10.5%에 달했다. 물론 9월 연방정부의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앞다투어 전기차를 산 것도 신차 평균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전기차와 더불어 완성차 업체들이 고급화·대형화 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도 신차 가격이 상승한 배경이다. 소비자 선호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이나 ‘상징’으로 변하면서, 고가 트림이나 프리미엄 브랜드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 9월에만 7만5,000달러 이상 모델이 60종을 넘었고, 이들 고가 차량이 약 9만4,000대 판매돼 전체 신차 판매의 약 7.4%를 차지했을 정도다.
자동차 가격의 상승으로 신차 대출도 장기화되고 있다.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3분기 신차 월평균 대출금은 754달러로 증가했으며, 5명 중 1명은 월 1,000달러 이상을 대출을 갚는 데 쓰고 있다.
자동차 판매 플랫폼 오토트레이더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정부 규제에 따른 안전장비 의무화 등이 신차 평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차의 대체재로 여겨지던 중고차 가격마저 폭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정보업체 카에지에 따르면 이달 기준 중고차 리스팅 평균 가격은 2만5,512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3년 된 중고차’의 거래 평균가는 3만1,216달러로 전년 대비 5.2%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신차 가격을 끌어올린 구조적인 배경들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차 가격 5만달러 시대’가 새로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수입차나 부품에 대한 관세 및 공급망 차질이 제기되면서 신차 가격 자체가 올라가고, 이는 결국 중고차 가격에도 파급되고 있습니다. 이 요소들은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 중장기적 구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신차와 중고차 모두가 치솟는 ‘이중고’ 속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자동차 시장 전반에 걸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