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하와이·일본에 쓰나미 도달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으로 북태평양 전역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으며, 미국 서부 해안 전체에는 쓰나미 주의보가 내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진앙 인근 캄차카반도 일부 지역에 최대 10피트 높이의 쓰나미가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은 동부표준시 기준 29일 오후 7시 24분, 러시아 캄차카반도 동쪽 해역에서 발생했으며, 미 지질조사국(USGS)은 초기 규모 8.0에서 8.8로 상향 조정했다. 이 규모는 역사상 6번째로 강력한 지진에 해당한다.
국립기상청(NWS) 쓰나미 경보센터에 따르면, 진앙 인근의 해양 부표들이 쓰나미 파장을 감지했고, 알래스카, 하와이, 기타 태평양 도서 지역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미국 서부 해안은 물론, 괌, 북마리아나 제도, 미국령 사모아, 미크로네시아의 여러 섬에도 쓰나미 주의보가 내려졌다.
미 서부 해안 중 샌프란시스코 북쪽 약 200마일 지점인 케이프 멘도시노부터 오리건주 북부 경계까지는 쓰나미 주의보가 오후 9시 26분(서부시간 기준) 경보로 격상됐다.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는 에콰도르와 칠레 등 중남미 해안 일부 지역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으며, 해수면 기준 약 3~10피트 높이의 파도가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알래스카, 하와이, 태평양 연안에 내려진 경보에 대해 언급하며 “강건히, 안전하게 버텨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러시아 긴급사태부 지역 장관 세르게이 레베데프는 쓰나미가 진앙 인근 캄차카 지역 해안에 도달해 건물이 파손되고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솔로도프 캄차카 주지사는 텔레그램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지진은 수십 년간 이어진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명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유치원 한 곳이 손상됐다고 덧붙였다.
솔로도프 주지사는 주민들에게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당부하며 “이번 지진은 이 지역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와이에는 오후 7시 17분경(현지시간) 첫 쓰나미 파도가 도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하와이 전역의 해안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쓰나미가 발생했으며,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보 문구에 따르면, “쓰나미 파도의 높이는 예측할 수 없으며, 첫 번째 파도가 가장 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쓰나미는 섬을 따라 돌아 흐르기 때문에 모든 해안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하와이 주지사 조시 그린은 북태평양 미드웨이 환초(Midway Atoll)에서 오후 6시경 약 3피트 높이의 파도가 관측됐으며, 이는 북태평양 개방 해역에서 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해안 접근 금지와 강한 조류 및 비정상적 해류에 대한 경고를 내렸다. 오후 6시 45분경 마우이섬 카훌루이 해변, 6시 48분경 오아후섬 할레이와 해안에서도 각각 4피트 높이의 파도가 관측됐다.
미국 본토 서부 해안에는 자정쯤 파도가 도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정확한 위치별 예측은 어렵지만, NWS는 파도 높이가 0.8~5.6피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케이프 멘도시노에서 오리건주 북쪽 경계까지의 주민들에게는 즉시 대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도 서부 해안에 대해 오후 10시 5분부터 11시 30분 사이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해안에서 떨어져 당국의 지시를 따를 것을 권고했다.
러시아에 이어 쓰나미는 일본에도 도달했다. 진앙 발생 약 1시간 30분 후인 오전 10시~11시 30분(현지시간) 사이, 일본 홋카이도 하마나카 지역에는 2피트 높이의 파도가 도달했으며, 최대 3피트까지의 파도가 예보됐다. 도쿄만에서는 약 8인치 높이의 파도가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 키요모토 시지는 “첫 쓰나미 이후 최소 하루 동안 높은 파도가 지속될 수 있으므로 주민들은 안전한 장소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보 해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캄차카반도 해역에서는 본진 이후 규모 5.5~6.9의 여진이 여러 차례 감지됐다.
러시아 극동 지역은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알려진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하고 있어,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한 지역이다.
약 12시간 전, 환태평양 지진대의 남단에 해당하는 남극 인근 매쿼리섬 지역에서도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이어서 피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어 미 지질조사국은 ‘녹색 경보’를 발령하고 쓰나미 경보는 내리지 않았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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