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푸틴 관저에 대규모 드론 공격…트럼프도 충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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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_[EPA_크렘린풀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협상 입장 재검토할 것…보복 공격 대상·일시 결정돼”
“푸틴, 트럼프와 전화하며 관저 피격 알려”

(모스크바·파리=연합뉴스) 최인영 송진원 특파원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에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며 종전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 수정될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에서 회담하며 종전 협상 진척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린 상황에서 러시아의 드론 피격 주장이 협상 과정의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된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현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가 노브고로드주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관저에 장거리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국가 테러리즘’ 정책으로 전환한 것을 고려해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협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28일에서 29일로 넘어가는 밤에 우크라이나가 노브고로드주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관저를 향해 91대의 드론을 발사했지만 러시아군 방공망이 모든 드론을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론들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사됐으며, 추락한 드론 파편으로 인한 사상자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해 강도 높은 협상을 벌이는 동안 드론 공격이 시도됐다면서 “그러한 무모한 행동들은 대응 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 보복 공격 대상과 공격 일시를 정했다고 말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면서 자신의 관저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메시지에 충격을 받았고 말 그대로 분노했으며 ‘이런 미친 행동을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를 (우크라이나에) 주지 않아 신에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와 협상하는 미국의 접근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한 강렬하고 유익한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지만, 앞선 단계에서 도달한 합의와 해결안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재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아주 분명하게 표현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키이우 정부의 국가 테러리즘을 고려할 때 러시아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미국은 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일을 대응 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알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협상 과정을 방해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외무차관은 “협상이 해결안을 찾는 섬세한 단계에 진입하자마자 우크라이나 당국은 평화적 합의가 형성되는 조건을 불허한다는 논리에 따라 도발적인 조치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 과정을 방해하려는 우크라이나의 최근 도발들이 영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일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메신저 앱을 통해 기자들에게 러시아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평화 협상에서 이룬 진전을 훼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모스크바(러시아)가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정부 청사 공격을 위한 근거를 마련 중”이라며 “미국은 러시아 위협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 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러시아 주장은 우크라이나 추가 공격을 위한 구실과 허위 명분을 만들고 평화 과정을 훼손·방해하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비하 장관은 이것이 “러시아의 전형적 전술로, 자기들이 저지르거나 계획 중인 일을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며 “우리는 건설적인 평화 과정을 방해하려는 러시아의 도발적 발언을 전 세계가 규탄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드론 공격이 감행됐다고 지목한 시간에 푸틴 대통령이 해당 관저에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크렘린궁에서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주 주지사와 만나고, 그 이후에는 특별군사작전 구역 상황에 관한 회의를 여는 등 여러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