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생존이다: ‘역발상과 차별화’로 삶의 지평을 넓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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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환 아사아태평양마케팅포럼 회장(사진 왼쪽)과 본지 특파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서환 회장(前 KTF 부사장, 現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포럼 회장) 인터뷰

늦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던 11월 7일 금요일 밤, 서울 역삼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조서환 회장(66, 사진)은 1시간 이상 인터뷰를 하는 동안 흐트러짐 없는 열정과 유머 감각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케팅은 생존이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시작된 대화는, 그의 삶을 관통하는 ‘역발상과 차별화’의 철학으로 이어졌다. 오른손을 잃는 고난 속에서도 좌절 대신 강점을 찾아 ‘1등 마케터’의 신화를 쓴 그의 이야기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선, 삶의 근본적인 동기 부여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격려가 교차하는 조 회장의 목소리에서, 우리는 혼돈의 시대에도 변치 않는 성공의 원리와 인간 마케터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케팅은 생존이다: 시대 불변의 철학

“마케팅은 진짜 생존이에요. 회사가 새로 제품을 냈는데 그게 회사의 수익과 매출을 왕창 높이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조서환 회장은 마케팅을 ‘생존’이라고 정의하며, 시대가 변해도 그 본질적인 원리, 즉 마케팅 프린스플은 변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케팅이 과거의 ‘파는 기술’을 넘어 현재 ‘지속 가능한 관계의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는 애경의 ‘마리꼴레르’ 화장품 성공 사례를 들어 마케팅의 생존력을 설명했다. 주력 상품인 ‘트리오’ 세제의 이미지가 강했던 애경은,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회사 이름을 숨기고, 가장 화장품다운 이미지를 가진 프랑스 잡지 브랜드 ‘마리꼴레르’를 빌려왔다. 이 역발상 전략으로 화장품 사업은 단기간 내에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고, 결국 애경을 세제 회사가 아닌 화장품 회사로 거듭나게 했다. 조 회장은 이처럼 “회사를 하나 건진 것”이 바로 마케팅의 힘이자 생존의 증거라고 역설했다.

소비자 중심 사고의 핵심: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조 회장은 마케팅의 정의를 “소비자를 아는 것”에서 찾았다. 소비자를 정확히 아는 것이 곧 그들에게 ‘무엇을(What to Say)’, ‘어떻게(How to Say)’ 이야기할지 결정하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애경의 ‘마리꼴레르’ 성공 역시 소비자가 세제 공장에서 만든 화장품을 꺼린다는 점, 즉 소비자의 심장을 꿰뚫어 본 데서 시작되었다. 이를 통해 회사는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혁신적인 광고 메시지를 만들어냈고, 소비자들은 이 메시지에 강하게 반응했다.
초경쟁 시대,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진 시장에서 성공적인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결국 ‘소비자의 니즈와 가슴속 깊은 욕망은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이는 치약의 본질이 양치질이며, 소비자는 치약 성분이 입안에 남지 않도록 10번 이상 헹궈낸다는 단순한 진실을 외면한 채, 미백, 충치 예방, 잇몸 질환 예방 등 모든 효능을 다 담으려는 대기업들의 모순적 행태를 지적하며 더욱 명료해졌다. 회장은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 숨겨진 ‘본질’을 파고드는 ‘통찰력(Insight)’만이 마케터의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초연결, 초경쟁 시대의 마케팅 트렌드: ‘빠르다’와 ‘역발상’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포럼 회장으로서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조서환 회장은 2025년 마케팅 트렌드 키워드로 ‘빠르다’를 꼽았다. 정보 획득도, 내용도, 모든 것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빠른 트렌드가 일반 대중의 삶의 질과 행복 지수와는 정비례하지 않는다며, 물가와 금리는 오르는데 월급만 그대로인 현실을 꼬집었다.
이러한 시대에 마케터는 AI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되,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대용량으로 쏟아지는 이 시대에, 오히려 ‘역발상’과 ‘차별화’는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된다.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며 광고를 내리는 IMF 같은 위기 상황은, 광고 점유율(Share of Voice)을 100% 가져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오히려 어려울 때 공략하라. 어려울 때 공격하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 마케터의 담대함을 강조했다.

AI 시대, 인간 마케터의 심장이 뛰는 곳: ‘활용’과 ‘결정’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전 세계 소비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 시장을 흔들고 있다. 조 회장은 아무리 AI가 하버드 출신 100명보다 똑똑할지라도, 결국 그 똑똑함을 “활용한 사람”은 인간이라고 단언했다. AI는 인간이 ‘묻지 않으면 대답을 못하는’ 도구이며, 마케팅 전략 수립에 엄청난 도움을 주지만, 소비자를 대신하여 질문을 던지고 의사 결정권을 갖는 것은 마케터, 즉 ‘사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AI 시대의 마케터는 AI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AI에게 정확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해석하여 최종적인 전략을 결정하는 ‘지휘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AI가 기술적으로 채울 수 없는 ‘진정성 있는 고객 경험’의 핵심은, 결국 인간 마케터의 ‘역지사지’ 자세에서 비롯되는 ‘깊은 공감과 신뢰’라고 힘주어 말했다.

약점을 극복해도 2등, 강점을 살리면 1등: 동기 부여의 철학

오른손을 잃은 장애를 극복하고 한국 최고의 마케터로 우뚝 선 조서환 회장의 삶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모티베이터’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그는 재외동포들에게 “괴로워해도 24시간이 가고, 즐거워해도 24시간이 간다. 기왕이면 즐겁게 가자”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삶의 지혜를 전했다. 핵심은 ‘생각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다리가 부러졌을 때 ‘뇌진탕 안 걸린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생각하듯,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찾아 생각을 바꾸는 것이 스스로를 동기 유발시키는 실질적인 노하우다.
특히 그는 “약점은 극복해도 2등 간다. 강점은 살리면 바로 1등 가더라”는 뼈아픈 교훈을 공유했다. 그는 취직 면접에서 오른손이 없다는 약점 대신, 자신은 머리로 일하며, 두 손 가진 사람보다 더 강한 열정, 책임감, 사명감을 가졌다는 강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이처럼 신이 누구나에게 주신 고유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날카롭게 갈고닦는 것이야말로 대체 불가능한 가치, 즉 1등의 무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쇼(SHOW) 성공 신화의 리더십: 공격 시기를 놓치지 마라

KTF 부사장 시절, ‘쇼(SHOW)’ 캠페인을 통해 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꾼 경험은 조 회장의 리더십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12년 독점의 아성에 갇혀있던 SK텔레콤이 새로운 판으로 옮겨가지 못할 때, “타임 투 어택(Time to Attack)”, 즉 ‘공격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승리의 핵심이었다. 회장은 “공격 시기를 놓친 장수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전쟁론을 인용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고 조직 전체의 폭발적인 실행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리더의 역량은 ‘결단력 있는 타이밍 포착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전문가로서의 강한 신념’이 있었다. 11번의 거절 끝에 12번째 사인을 받아내 ‘하나로 샤프’를 6개월 만에 1등 브랜드로 만든 일화는, ‘찍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옳은 것을 주장하지 못하는 월급쟁이의 나약함을 비판하며, 오너가 회사에 필요로 하는 인재는 곧 ‘소신 있는 놈’이라는 통찰을 전했다.

마케터의 직업 윤리: 책임감과 고난의 통로

30년 넘게 마케터로 살아온 조서환 회장이 변함없이 지켜온 직업 윤리이자 신념은 ‘책임감’이다. 그는 높은 지위를 달성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굶어 죽여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 하나로 게으르거나 나태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 책임감은 곧 일에 대한 ’24시간 고민’으로 이어졌고, 결국 꿈속에서까지 답을 찾는 열정으로 승화되었다.
그는 특히 “축복은 고난의 통로를 타고 오더라”는 그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어 했다. 돈이 없고, 손을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오히려 멈추지 않고 고민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결국 ‘궁즉통(窮則通)’의 지혜로 이어져 CMO로서 현업에 복귀할 수 있는 축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는 하늘의 이치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고민하는 마케터에게는 시장의 기회가 끊임없이 보인다고 조 회장은 역설했다.

‘흐름을 거슬러라’

마지막으로, 시카고와 미주 지역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는 한인 동포들에게 마케팅의 대가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따뜻한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했다.
조서환 회장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며,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을 때, 오히려 움직이는 사람이 돋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IMF 때 대다수 회사가 광고를 내렸을 때, 역설적으로 혼자 광고를 하여 시장 점유율(Share of Voice)을 100% 가져가 1등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의 어려움은 동포 여러분에게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혜택이자 공격 시기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늘 똑같은 흐름에 안주하며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본성을 거슬러, “역발상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의 삶은 코로나, IMF, 모기지 사태 등 끊임없이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그때마다 마케팅적 사고로 위기를 돌파한 사람들은 반드시 잘 나갔다고 언급했다.
조 회장은 여러분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끊임없이 고민할 것을 당부했다.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며,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나아간다면, 여러분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삶 자체가 ‘마케팅은 생존이다’를 증명하는 최고의 사례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위기가 기회인 이때, 담대하게 흐름을 거슬러 여러분만의 1등 신화를 써 내려 가십시오!” 조 회장의 응원의 말은 마치 시카고의 거센 바람을 뚫고 솟아오르는 강철 기둥처럼 가슴에 깊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강점을 무기 삼아 전진하는 한인 동포들의 삶이야말로, 마케팅의 본질인 ‘생존’ 그 자체를 증명하는 가장 위대한 신화가 될 것이라는 앳지(Edge) 있는 확신과 함께.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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