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 이민단속’… 시민권자 속옷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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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민권자인 스캇 타오(가운데)가 지난 18일 영하의 날씨 속에 반바지 속옷 차림으로 ICE 요원들에게 끌려나오고 있다. [로이터]

▶ ICE, 미네소타 주택 급습
▶ 영하 날씨 알몸체포 논란
▶ 사과·설명도 없이 풀어줘
▶ “통제불능 단속 민권 침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영장 없이 미국 시민권자의 자택 문을 부수고 총을 겨눈 채 체포한 뒤, 속옷 차림 상태로 한겨울 거리로 끌어내 구금했다가 몇 시간 만에 아무런 설명이나 사과 없이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단속 대상이 아닌 미국 시민권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는 강경 단속이 일상이 되면서, ICE가 사법 절차의 경계를 넘어섰다는 비판과 함께 공권력 통제 불능, 중대한 민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미 시민권자이자 라오스 출신 몽족 이민자인 스캇 타오(56)가 지난 18일 ICE 요원들에 의해 영장 없이 자택 문이 강제로 파손된 뒤 총을 겨눈 채 체포되고, 속옷 차림으로 한겨울 추위 속 거리로 끌려 나갔다.

가족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8일 오후에 발생했다. 타오의 며느리는 낮잠을 자고 있던 그를 깨워 ICE 요원들이 집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알렸다. 타오는 영장이 없는 경우 문을 열지 말라고 가족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곧 마스크를 쓴 요원들이 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난입, 가족들에게 총을 겨누며 고함을 질렀다. 타오는 당시 상황에 대해 “몸이 떨렸다. 영장도 보여주지 않은 채 문을 부쉈다”고 증언했다. 타오는 신분증을 제시하려 했지만, ICE 요원들은 이를 묵살했고 사진 촬영 등 자체적인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타오는 샌들과 속옷 반바지 차림에 담요 하나만 두른 채 수갑이 채워져 집 밖으로 끌려 나왔다. 현장에 모인 이웃 주민들은 휘파람과 경적을 울리며 항의했고, 일부는 휴대전화로 상황을 촬영하며 “ICE는 가족을 내버려 두라”고 외쳤다.

ICE 요원들은 타오를 차량에 태운 뒤 한동안 외진 장소에 세워두고 추가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타오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요원들에게 폭행을 당할까 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후 요원들은 그의 신원 확인을 마친 뒤, 범죄 전력이 없는 미국 시민권자임을 확인하고 약 1~2시간 뒤에 다시 자택으로 데려다줬다. 그러나 문을 부순 행위나 체포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나 사과 없이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연방 국토안보부(DHS)는 성명을 통해 이번 작전이 “2명의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를 겨냥한 표적 단속”이었다고 해명했다. DHS 측은 “해당 주택에 있던 인물이 지문 및 얼굴 인식에 협조하지 않았고 수배 대상자와 외형이 유사했다”며 “작전 안전을 위해 현장에 있던 모든 인원을 일시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표준 절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오의 가족은 해당 주소에 성범죄자가 거주한 적이 없으며, DHS가 공개한 수배 대상자들과 타오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 7일 ICE 요원의 총격에 시민권자 백인 여성이 사망한 사건 이후 진행된 대규모 연방 단속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했다.

당시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등 트윈시티 지역에는 대규모 연방 요원들이 투입됐으며, 영장 없는 체포와 시위대와의 충돌이 잇따르며 지역 사회의 불안을 키웠다.

세인트폴 시의회 의장이자 몽족 출신 시의원인 카오리 허는 성명을 통해 “ICE는 스스로 위험한 범죄자만을 쫓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범위를 넘어 누구에게나 닥치는 대로 단속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미국의 기본 가치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