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이스트윙 철거… ‘트럼프의 꿈’ 대형연회장 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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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백악관 이스트윙 건물 일부가 굴착기로 철거되고 있다. [로이터]

백악관 “999명 수용” 착공 발표
▶ 영부인 집무실 자리에 건설
▶ “기존 건물 존중” 공언했지만 역사적 건물 느닷없이 철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자신이 건설을 추진해온 백악관 내 대형 연회장(볼룸)을 착공했다고 밝혔다. 공사비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연회장을 지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백악관 이스트윙(동관)은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백악관 부지에 새롭고 크고 아름다운 백악관 볼룸을 착공했음을 기쁘게 발표한다”고 적었다. 이어 “백악관 본관과 완전히 분리된 채로 이스트윙(동관)은 이(볼룸 건설) 과정의 일환으로 전면 현대화되고 있으며, 완공 시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150년이 넘도록 모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볼룸을 마련해 웅장한 파티와 국빈 방문 등에서 사람들을 수용하길 꿈꿔왔다”며 “이 절실한 프로젝트를 마침내 추진하게 된 첫 번째 대통령이 된 것이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 납세자의 비용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며 “백악관 볼룸은 많은 관대한 애국자와 위대한 미국 기업, 그리고 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며 “이 볼룸은 여러 세대에 걸쳐 기쁘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연회장 건설 공사와 관련해 “지금의 건물(이스트윙)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 근처에 짓지만 건드리지 않을 것이며, 기존 건물을 완전히 존중하는 방식으로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이날 공사팀이 굴착기를 동원해 이스트윙 일부를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전했다.

백악관 이스트윙 일부를 철거하는 장면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진 가운데, 이스트윙 바로 옆에 청사가 있는 재무부는 직원들에게 관련 사진을 공유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재무부는 이날 부처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백악관 부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므로 직원들은 공보실의 사전 승인 없이 이스트윙을 포함한 부지 사진을 촬영하거나 공유해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올해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야구 우승팀 루이지애나주립대(LSU) 타이거스와 미국대학선수협회(NAIA) 야구 우승팀 LSU 슈리브포트 파일럿츠 등을 초청한 축하 행사에서도 “오늘 막 시작했다”며 연회장 착공 사실을 알렸다.

그는 “여기(이스트룸)가 원래 볼룸이었고, 이 방은 88명을 수용했는데 새로운 곳은 999명을 수용한다. 1천명을 넘기면 사람들이 걱정할까 봐 999명으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백악관의 주요 대형 행사가 열리는 이스트룸은 약 200석 규모이며, 이스트윙과 웨스트윙을 제외한 백악관 본관 전체 면적은 약 5만5,000스퀘어피트다. 백악관 측은 이번에 짓는 새 연회장은 최소 9만스퀘어피트 규모로 650석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7월 6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연회장 건설을 9월부터 시작한다고 밝혔으나, 수용 인원이 이보다 확대됐고 착공은 한 달가량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레빗 대변인은 연회장 건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완료될 것이라면서 건설 자금은 트럼프 대통령 및 다른 기부자들이 충당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