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워킹그룹 합의 도달
▶ 국무·국토안보부 등 부처 총동원
▶ 대미 투자 기업 요구 신속 반영
▶ 연 5000개 추가 발급 준비 완료
▶ 주석란에 프로젝트 명칭 등 표기
5일 공개된 한미 비자 워킹그룹의 성과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강력한 요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 더해진 결과다. 이 덕분에 미 국무부·국토안보부 등 관련 부처가 총동원돼 대미 투자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신속히 반영했다.
이날 외교부와 주한미국대사관에 따르면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주한미국대사관 내 대미 투자기업 전담 비자 창구인 ‘KIT(Korean Investment and Travel) 데스크’를 방문하고 케빈 김 주한미국 대사대리와 한미 비자 워킹그룹의 활동을 논의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KIT 전담 데스크를 통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지원하고 앞으로도 재계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질 것”이라면서 “KIT 전담 데스크 출범은 미국의 재산업화를 지원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며 공동 번영을 증진하는 한국의 대미 투자를 적극 환영·장려한다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책무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비자 워킹그룹은 9월 조지아주 사태를 계기로 한미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해 출범한 협의체로, 우리나라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와 미 국무부·국토안보부·상무부·노동부 등이 대거 참여해 논의를 이어왔다. 9월 30일 첫 회의에서 B-1 비자와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ESTA)로 허용되는 업무 범위를 일부 확대한 데 이어 2개월여 만에 추가 합의를 이뤄냈다. 첫 회의에서 양측은 우리나라 대미 투자 기업 관계자들이 B-1 비자, ESTA로 미국에서 생산 장비 설치·점검·보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이어 추가 협의를 거쳐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한 출장’이라는 한층 포괄적인 업무까지 B-1 및 ESTA로 가능하다는 데 합의하고 미 국무부의 비자 팩트시트에 명시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 대표단은 대미 투자 기업들과 접촉하며 ‘팀 플레이’를 펼쳤다. 기업들의 요청 사항과 의견을 접수하고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현황을 강조해 빠르게 논의를 진척시켰다. 특히 대미 투자의 중심인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협력사들도 묶어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강력 요청해 미국 정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전까지 우리 기업 관계자들의 미국 입국 및 출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압도적으로 협력사 직원들에 쏠려 있었다. B-1 비자의 주석란에 대미 투자 프로젝트 명칭이나 체류 장소·기간 등을 명기할 수 있도록 한 전례 없는 조치도 우리 기업 관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미국 세관(CBP)에서 입국 거부 당하는 비율은 15%에 이른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10월부터 비자 발급 인력을 대폭 충원, 연간 5000여 개의 비자를 추가 발급할 준비를 갖췄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측에서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인력을 충원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이나 미 정부의 셧다운 기간 중에도 비자 발급에 차질이 없도록 배려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확한 방침 덕이기도 하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10월 27일 조지아 사태를 언급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비자) 계획을 짜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달 19일에도 조지아에서의 한국인 구금을 “멍청한 짓이었다”고 표현하면서 “이제 그들(외국인)이 미국인을 가르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제조업의 기반이 상당 부분 무너진 상태에서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산업을 일으켜줄 숙련된 외국인 기술자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서울경제=유주희·박성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