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경제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 긴장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멕시코 수출 산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전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재정 적자 역시 경제 성장을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통계청(INEGI)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감소했다. 셰인바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집계된 수치다. 2025년 1분기에는 0.2% 반등했지만, 여전히 회복세는 미약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질 GDP는 전년 대비 0.8% 증가에 그쳤다. 이는 1년 전 기록한 2.0%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피나멕스(Finamex)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비크토르 아야라 고메스는 “2025년 멕시코 경제는 뚜렷한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며, “시장 전망 평균치도 0.1% 성장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Banxico) 역시 이번 주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6%에서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야라 이코노미스트는 “멕시코는 정권 교체 때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전임 정부의 재정 적자뿐 아니라 미국의 통상 정책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이 복합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년 전부터 멕시코 경제의 최대 변수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지만, 세계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다만, 멕시코 수출은 예외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2025년 들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멕시코 제품을 조기 구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 소재 무역 자문회사 틸파(Tilpa)의 국제통상 전문가 호르헤 우에르타는 이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최근의 수출 급증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과거 2~3년 전부터 계획된 투자 흐름의 결과”라며, 미리 설계된 공급 체계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우에르타는 또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멕시코 간 정교한 공급망을 흔들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내부에도 인플레이션과 계약 분쟁 등 부메랑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야라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둔화의 또 다른 변수로 셰인바움 정부가 추진 중인 사법 개혁을 꼽았다. 그는 “사법 제도의 불안정은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행정 효율을 낮출 수 있다”며, “멕시코 경제가 올해 0.3%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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