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6개월간 30억달러 투자…75조어치 자원 확보
▶ 트럼프 “1년 후면 주체 못할 희토류 보유”
▶ “가격 2달러 정도가 될 것” 급락 예상
▶ 호주, 세계 4위 희토류 매장국…中 유일 대한 평가
▶ 美, 호주 핵잠 판매 계획 예정대로 추진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희토류라는 ‘급소’를 노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주와의 희토류 협정 체결을 통해 급소 보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미국과 호주 양국이 향후 6개월 간 30억달러(약 4조 2000억원) 이상을 핵심 광물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해 530억달러(약 75조 원) 어치의 자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년 후면 처리할 방법을 모를 만큼 많은 광물과 희토류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미-호주 프레임워크’에 공동 서명했다.
백악관 ‘팩트시트’에 따르면 일단 양국은 향후 6개월 간 30억달러 이상을 핵심 광물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한다. 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자원 가치는 5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백악관은 전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미국 수출입은행(EXIM)이 22억달러 이상 규모의 금융지원 의향서를 7건 발행하고, 이를 통해 50억달러 규모의 총투자를 유도한다. 미 국방부(전쟁부)는 호주 서부의 연간 100미터톤(metric ton)급 갈륨 정제소 건설에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합의는 여러 프로젝트로 구성되며 미국 알루미늄 대기업 알코아 등이 호주에서 진행하는 공동 개발 사업과 미국 기업이 호주에서 실시하는 가공 처리 등의 투자 사업 등을 포함한다”며 “그 중 하나에 일본도 참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호주, 일본이 중국에 대항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는 모양새로 평가된다. 향후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도 희토류와 관련한 합의를 할지 이목이 쏠린다.
중국은 지난 9일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희토류 수출 통제를 크게 강화한 바 있다. 이 조치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이를 강력 비난하는 등 미국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희토류 공급에 있어서 중국에 대한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 받는다. 또 호주 최대 희토류 광산기업 라이너스는 중국 외에서 유일하게 소위 ‘중희토류(heavy rare earth)’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약 4~5개월 동안 협상이 진행돼 왔다”며 “약 1년 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희토류 가치는 2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토류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앨버니즈 총리도 “이번 협정이 양국의 경제 및 국방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판매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1년 미국과 영국, 호주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군사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오커스(AUKUS)라는 안보동맹을 맺고 2030년대 초까지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5척을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가 채택, 이 같은 판매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희토류를 고리로 예정대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서울경제 · 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