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도시 중산층 붕괴 위기… “시카고는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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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다운타운. 사진=Go City

LA·뉴욕은 빚내서 생활 ‘만성 적자’
“주거비 안정이 생존 열쇠”

미국 대도시 중산층의 경제적 토대가 빠르게 무너지는 가운데, 일리노이주 시카고는 여전히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도시로 분석됐다. 반면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등 주요 해안 대도시는 소득보다 생활비가 더 많이 드는 ‘만성 적자 구조’가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금융 전문 매체 고뱅킹레이츠(GOBankingRates)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구 상위 25개 대도시 중 상당수 지역에서 중산층 가계가 필수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연방 인구조사국과 노동통계국, 질로우 주택 가격 지수 등을 바탕으로 중간 가구 소득과 주거비, 식비, 교통비, 의료비 등 연간 생활비를 비교 분석했다.

보고서 분석 결과, 시카고의 중간 가구 소득은 연간 7만 5,134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주거비를 포함한 연간 필수 생활비는 4만 8,231달러 수준이다. 기본 지출을 모두 충당하고도 약 2만 6,903달러의 여유 자금이 남는 구조다. 이는 조사 대상 대도시 가운데서도 중산층의 재정 건전성이 상위권에 속하는 수치다.

반면 해안 지역 대도시의 상황은 크게 대조된다. LA의 중간 가구 소득은 8만 366달러로 시카고보다 높지만, 연간 생활비가 9만 7,110달러에 육박한다. 매년 1만 6,744달러의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뉴욕 역시 중간 소득(7만 9,713달러)에 비해 생활비(9만 1,888달러)가 훨씬 많아 연간 1만 2,175달러가 부족하다. 이들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은 저축은 커녕 기본적인 생활 유지를 위해 신용카드 부채나 추가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격차의 핵심 원인으로 주거비 급등을 지목한다. 지난 수십 년간 임금 상승은 완만했던 반면,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이를 훨씬 상회하며 폭등했다. 그 결과 소득이 늘어도 체감 생활 수준은 오히려 낮아지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중산층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카고 외에도 텍사스주의 포트워스와 오스틴, 오클라호마시티 등은 소득 대비 생활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중산층이 살기에 유리한 도시로 분류됐다. 휴스턴과 피닉스, 필라델피아 역시 LA나 뉴욕처럼 구조적인 적자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보고서는 시카고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 몇 년간 시카고 지역의 주거비와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중산층의 실질 구매력이 점차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물가 구조가 지속될 경우 시카고가 유지해 온 중산층의 재정적 여유도 점차 줄어들 수 있다”며 “대도시 중산층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주거비 안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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