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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March 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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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네수엘라 석유 제재 해제, 유가폭등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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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NVESTORPLACE

이란戰 여파 속 美, 베네수엘라 석유 제재 일부 완화… 유가 안정 모색

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 상승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제한적인 조건 아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가스회사와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미 재무부는 18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etróleos de Venezuela S.A·PDVSA)가 미국 기업과 직접 원유를 거래하고 국제 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허가를 발급했다.

백악관은 별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 시 미국 국적 선박 사용을 의무화한 ‘존스법(Jones Act)’ 적용을 60일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20년대 도입된 이 법은 미국 조선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연료 가격 상승 요인으로도 지목돼 왔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통항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재무부 관계자는 AP통신에 이번 허가가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유도하고 세계 원유 공급을 확대해 미국과 베네수엘라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사안은 공개적으로 논의할 권한이 없어 익명을 전제로 발언했다.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전 대통령이 축출·체포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사실상 베네수엘라를 관리하며 원유 판매를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허가는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것은 아니며 제한적 완화 조치에 해당한다. 2025년 1월 29일 이전에 설립된 기업에 한해 베네수엘라 원유 구매와 거래가 허용되며, 이는 주요 산유국의 글로벌 시장 복귀를 의미한다.

다만 거래 대금은 PDVSA 등 제재 대상 기관에 직접 지급할 수 없으며, 미국이 통제하는 별도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 즉 원유 거래는 허용되지만 자금 흐름은 미국이 관리하는 구조다. 또한 러시아, 이란, 북한, 쿠바 및 일부 중국 기업과 관련된 거래는 금지되며, 베네수엘라 채권이나 부채와 관련된 거래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상당한 활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침체된 산업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과 인권단체들은 여전히 마두로 체제에 충성하는 정치 세력에 혜택이 돌아가며, 탄압과 부패, 인권 침해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조치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공공 부문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은 약 160달러 수준이며, 지난해 민간 부문 평균 임금은 약 237달러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연간 물가 상승률은 475%에 달해 식료품 가격이 많은 국민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한때 중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자랑했지만, 부패와 정책 실패, 미국의 경제 제재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우고 차베스(Hugo Chávez)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99년 하루 약 350만 배럴이던 생산량은 2020년에는 40만 배럴 이하로 줄어든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재무부는 PDVSA에 대한 제재를 통해 베네수엘라를 국제 석유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시세보다 약 40%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하거나 러시아 루블, 물물교환, 가상자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제를 수용해 왔다.

이번 새 허가는 금이나 가상자산, 특히 2018년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행한 암호화폐 ‘페트로(petro)’를 통한 결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한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 백악관 대변인은 존스법 유예 조치가 이란 전쟁 기간 동안 단기적인 석유 시장 혼란을 완화하고 원유, 천연가스, 비료, 석탄 등 주요 자원이 미국 항구로 원활히 유입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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