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략 재정의” 이유 내세워…’親러’ 아프리카 국가엔 신규 재외공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외교 전략 재정의’를 이유로 주노르웨이 대사관을 돌연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반 힐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외교부 공식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성명에서 “우리 정부는 국가의 자원을 최적화하고 외교 분야에서의 국가적 존재감과 전략을 재정의하기 위해 조정 및 재배치를 단행한다”며 “이에 따라 유럽 및 오세아니아 지역 재외공관을 재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지 당국은 주노르웨이 대사관과 주호주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두 국가와의 관계와 양국 내 베네수엘라 교민에 대한 영사 업무를 ‘겸임국 외교공관’을 통해 처리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르웨이 외교당국은 AFP통신에 “오슬로에 있는 주베네수엘라 대사관을 철수한다는 통보를 베네수엘라 측으로부터 받았다”면서 “그 이유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조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마차도는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1999∼2013년 재임)으로부터 이어지는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에 맞서 20년 넘게 민주야권 진영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마두로 대통령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마차도는 지난해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였으나, 친(親)정부 성향의 선거관리위원회와 대법원의 피선거권 박탈 등 판단으로 아예 출마하지 못한 바 있다.
마차도는 마두로 집권 기간 친정부 세력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 고초도 겪었다. 그를 돕던 주변 인물들이 대거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마두로 정부의 주노르웨이 대사관 폐쇄 결정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동맹국 두 곳과의 대사관 폐쇄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베네수엘라 인근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미군은 카리브해에 핵 추진 고속 공격 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 등을 배치하고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F-35 전투기 신속 출격 채비를 해놓는 한편 최근 몇 주간 ‘베네수엘라 기반 카르텔의 마약 운반선’이라고 주장하는 선박들을 공격해 20명 넘는 사망자를 낸 바 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또 “반식민지 투쟁, 패권적 압력에 대한 저항,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와의 동맹 강화”를 위해 짐바브웨 및 부르키나파소에 신규 대사관을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짐바브웨와 부르키나파소는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러시아와 외교적으로 밀착해 있는 국가다.
새 대사관은 농업, 에너지, 교육, 광업 등 상호 공동 관심사를 아우르는 협력 사업 추진의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베네수엘라 측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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